이틀째 비가 내리고 눅눅한 채로 돌아다니던 우리는 저녁에 플라멩코 공연을 보기로 했습니다. 크고 화려한 곳보다 작은 소극장을 선호했기 때문에 관광정보센터에서 받은 공연장 정보 중에서 관객 40명 만을 받는 곳을 선택하고 예약도 없이 무작정 가보기로 했습니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 보면 된다는 생각으로. 비오는 오후, 근처 카페에서 맥주와 타파를 즐긴 우리는 약간의 시에스타를 즐긴 후 강 건너 트라비아에 있는 공연장을 찾아 갔습니다. 숙소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위치에 있는 공연장은 퀸 이자벨 2세 다리를 건너 조금 더 들어간 골목길 안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7시 공연이라 살짝 어두워진 시간에 골목길 끝자락에 있는 공연장을 발견했습니다. 예약도 없이 갔기 때문에 이미 7시 공연 예약이 찬 상태였고, ..
지금까지 오랜 직장생활 동안 출장과 휴가로 해외여행을 여러 차례 다녔지만 호스텔에 숙박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출장으로 간 여행은 당연히 호텔을 이용했고 따로 여행을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퇴직을 하고 줄어든 예산과 길어진 여행의 엇갈린 선상에서 재정상황을 살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세비야 호스텔에서의 숙박은 많은 것을 고려한 선택이었습니다. 잠깐의 휴식을 위해 떠난 휴가가 아니라 이제부터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불필요한 경비를 줄여야 합니다. 그래서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가는 숙박비부터 줄여야 했기에 호텔이 아닌 호스텔을 선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스텔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주방이나 거실에서 다른 여행자들과 어울리며 서로의 이야기를 ..
11월 첫날 세비야의 날씨는 다시 평소의 화창한 날로 돌아왔습니다. 가끔 구름이 몰려다니긴 했지만 더이상 주 초반과 같은 많은 비는 내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낮기온은 21도였고 바람도 적당해서 가벼운 차림으로 다니기에 딱 좋았고 일기예보를 보내 내일부터 한주간은 최고기온 24도~25도로 가끔 구름이 끼겠지만 비소식은 없습니다. 뉴스에는 여전히 재난 소식이 대부분입니다. 폭우로 홍수가 들이닥친 주택과 거리는 진흙으로 뒤덮였고 물에 잠겼던 자동차들이 줄줄이 포개져 늘어서 있는 모습이 처참한 재난 상황을 보여줍니다. 빨리 복구되어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세비야는 애초에 잘 모르는 도시였고 스페인 여행 책자에서도 여러 도시 중의 하나로 소개된 정도여서 별다른 정보 없이 그냥 가서 보자는..
리스본을 떠나기 전날, 대충 짐정리를 마치고 우리가 첫날부터 갔었던 숙소 근처 작은 가게에 들렀습니다.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며 구글번역기의 도움을 얻어 주인 아주머니께 인사를 전했습니다. 내일 떠나는데 인사하러 왔다고, 그동안 고마웠다고.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약간은 촉촉한 눈빛으로 ‘오브리가다’를 몇 번이나 말하더니 가게 뒤로 들어가 무언가를 들고 나왔습니다. 아주머니의 손에 들린 것은 작은 설탕 봉지를 넣은 에스프레소컵 두 개였고 기념품이라며 주셨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고 감동한 우리는 차례로 아주머니와 포옹을 나누며 건강하시라, 다시 만나자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컵 안에 담긴 노란 설탕 봉지가 따듯한 그녀의 마음을 더 달달하게 전달해 주는 듯 했습니다. 3주간 몇 번이나 갔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