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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날밤, 자카르타에 있는 지인의 집에서 편안하게 하루를 머문 후, 친구네 집이 있는 수까부미로 옮겼다. 친구네는 자카르타에 정착해 살다가 몇 년전부터 현재 살고 있는 이 작은 도시로 옮겨왔다.

     

    인도네시아 도로 사정

     

     

    친구네 집이 위치한 수까부미는 자카르타 공항에서 두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거리로는 60킬로미터정도인데 도로 사정이 워낙 좋지 않아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리는 거였다. 자카르타 시내를 벗어나 한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이후 고속도로가 이어지지 않은 일반도로로 가야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열악했다. 왕복2차선 도로에 인도는 따로 없었고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중앙선을 넘나들며 도로의 혼잡을 부추기고 있었다. 인도가 없다보니 길을 가는 사람들을 피해 기다려야 하기도 했다.

     

    길주변에 노점상이 늘어서서 길거리음식을 파는 모습도 다양하게 포착되었다. 시골길처럼 보이는 허술한 길 양옆으로 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주변은 매우 혼잡했다. 길이 막혀 멈춰선 차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무언지 모를 음식을 파는 상인들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아주 오래전 우리나라 도로사정이 좋지 않았던 시절을 회상시키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내 기억에도 그렇게 뚜렷하게 남아있지 않을 만큼 아주 오래전, 대한뉘우스에서 볼 수 있었던 어렵던 시절의  리나라 모습같아 짠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 나라는 쓰레기 분리수거 같은 개념이 없다고 한다. 골목골목에 쌓인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무엇을 찾는지 알수 없었다) 쓰레기가 길로 쏟아져 자동차가 피해다녀야 할 경우도 있어 좁은 골목의 모습은 정겨움과는 거리가 먼, 약간의 참담함이 배여 있었다.

     

    녹차밭 트래킹

     

     

     

    친구가 사는 구역은 입구에 관리인이 지키고 있는 타운하우스였다. 다른 한국인도 있어 서로 의지하며 외롭지 않게 살고 있다고 한다. 친구네 집은 망고라는 이름의 반려견과 집안일을 도와주는 도우미 아줌마가 함께 살고 있는 이층집이었다. 우리는 1층에 있는 두개의 게스트룸에서 편안히 지낼 수 있었다.

     

    다음날 친구가 차려준 한식 밥상으로 푸짐하게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국립공원 트래킹을 하기로 했다. 넓게 펼쳐진 녹차밭 사이로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넓은 인도네시아의 자연을 즐겼다. 녹차밭 사이로 난 길은 새로 정비를 했다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우기를 견디지 못하고 쓸려 내려가 돌바닥이 거의 드러나 있었다. 평일 낮이라 조용했지만 간간히 우리같이 트래킹을 하거나 오토바이로 녹차밭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넓게 펼쳐진 녹차밭

     

    녹차밭 사이를 걷는 중간에 간이 노점들이 있어 물이나 음료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그런 데서 살 수 있다. 그림같은 녹차밭을 배경으로 꽤 멋진 호텔도 있었다. 자카르타 같은 번잡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주말을 이용해 이런 곳으로 여행을 온다고 한다. 녹차밭의 밤은 생각만해도 근사할 것 같았다.

     

    함께 나간 망고도 신이 나서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오랜만에 자유를 만끽했다. 황금빛의 털을 자랑하는 골든 리트리버 종인 망고는 자동차 내부와 연결된 트렁크에 앉아 반려견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었지만  주인의 말을 알아듣고 잘 따르는 순한 반려견이었다. 

     

    망고와 망고엄마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아줌마들의 수다는 끝없이 이어졌다.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면서도 옛날 일을 회상하는 일은 우리의 공감대 속에서 꾸준히 확대 재생산되며 끊길 줄 몰랐다. 

     

    한참 동안 녹차밭을 걸어 내려오니 매점들이 즐비하게 이어져 있었다. 우리는 그중에 한 곳에 앉아 시원한 코코넛 워터와 구운 옥수수를 먹으며 현지인처럼 간식타임을 즐겼다. 운동 후에 마시는 코코넛 워터의 시원한 맛은 갈증을 날려주었고, 구운 옥수수는 제주도에서 많이 나는 초당옥수수와 같은 맛으로 달콤하게 씹히며 톡톡 터지는 식감이 재밌고 맛있었다.

     

    매점들과 간식

     

    저렴한 현지 마사지

     

    동남아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마사지다. 우리는 친구가 다닌다는 현지인 마사지숍에서 풀바디마사지를 받았다. 시설은 그리 깔끔하지 않았지만 친절한 마사지사들이 비행기 여행으로 피곤했던 우리의 몸을 풀어주었다. 한시간 전신 마사지 비용은 놀랍게도 9만 루피아, 팁으로 1만 루피아를 주었으니 한화로 만원 정도다. 감사한 마음으로 만족한 현지의 마사지를 즐겼다. 이곳은 수까부미에 있는 현지인 대상 마사지숍이고 자카르타나 관광객 대상 마사지는 이보다 서너배 정도라고 한다. 

     

     

     

    노천온천 즐기기

     

    우리는 친구네 집에서 가까운 노천온천에서 하루를 마무리 했다. 이곳은 다른 휴양지의 노천온천처럼 수영복을 갖춰 입는다든지 하는 격식(?) 따위는 없었고 다들 집에서 입던 평상복 같은 티셔츠와 바지 차림으로 온천을 즐기고 있었다. 외국인은 우리 밖에 없었고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온천이었다.  우리는 뜨거운 햇살이 가라앉은 저녁 시간에 탕 안에 앉아 하늘과 강과 바람을 즐기는 여유로운 여행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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