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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둥 시내의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우리의 여행은 계속되었다. 수영복을 준비해 갔지만 화산지역의 날씨는 생각보다 쌀쌀해서 굳이 수영장을 찾고 싶지 않았다. 편안하게 잘자고 조식까지 마친 우리는 다음 여행지인 카와 푸티로 향했다.
Kawah Putih
Kawah Putih는 인도네시아어로 ‘하얀 분화구’라는 뜻으로 반둥(Bandung) 남쪽에 위치한 화산 호수이다. 이곳까지는 반둥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 걸렸는데 산으로 올라갈수록 차츰 흐려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맑은 날이면 에메랄드빛 호수를 배경으로 최고의 풍경을 누릴 수 있다고 하는 이곳에서 우리는 안개에 싸여 신비로운 호수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호수에 들어서자 강한 유황 냄새로 태생적인 존재감을 드러냈고, 우리는 준비해간 마스크를 쓰고 우산을 쓴 채 호수 근처로 접근했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짙은 안개가 호수를 둘러싸고 있었고 안개에 싸인 호수의 물 색깔은 에메랄드빛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호수에 잠겨 죽은 나무들이 뿌연 안개 사이에 서있는 모습은 낯선 외계의 어느 별에 온 것처럼 비현실적으로,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호수 중간으로 이어진 다리는 다시 입장료를 지불해야 했는데 그럼에도 가보길 잘했다 싶었다. 뿌연 안개 속에 서서 파노라마로 찍은 사진들은 인생샷으로 손색이 없었다. 맑은 날엔 햇빛에 따라 호수의 물색이 바뀐다고 하니 날씨 요정의 보살핌을 받으면 더 좋은 볼거리를 만날 수도 있겠다. 다행히 우리에게도 잠시의 맑은 하늘을 허락해주었는데, 순간 안개가 걷히고 호수를 둘러싼 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화산지역을 방문할 때는 마스크와 우산, 얇은 자켓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짙은 유황냄새가 자극적이기 때문에 마스크가 필요하고 날씨 변화가 심할 뿐만 아니라 고산지역이다 보니 선선하기도 하다.
딸기 맛보기
호수를 보고 내려오는 도중에 현지에 있는 친구가 딸기를 사고 싶어해 특산물을 파는 매점이 늘어선 거리에 차를 멈추었다. 이곳의 딸기는 한국에서 종자를 갖고 와서 이곳의 특성에 맞게 개량된 품종으로 우리나라 딸기에 비해 단만은 덜하고 신맛이 조금 더 강하지만 과육이 단단하고 신선해 우리 입맛에도 딱 좋았다.
딸기를 좋아하는 친구는 우리가 함께 먹을 것과 수까부미에 보낼 것을 시원하게 골라 담았다. 우리는 판매직원이 준 통에 딸기를 골라 담으면서 맛보기 딸기를 얼마나 먹었는지 미안할 정도였지만, 그만큼 맛있었다. 이 딸기들은 통에 대충 담아도 뭉그러지지 않았고 며칠동안 두고 그릭요거트와 함께 우리의 아침식사를 해결해 주었다. 까와 푸띠에 간다면 지나는 길에 딸기를 맛보시길. 값싸고 맛도 좋다.
마지막 일정은 자카르타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던 우리는 반둥을 마무리하고 자카르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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