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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이 저물어가는 시점에 한해를 돌아보니 새로운 곳을 다니며 보고 즐긴 추억들이 스마트폰의 사진 폴더와 블로그의 글들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미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들과 다시 만나 추억을 함께 나눈 소중한 순간입이다.

     

     

    튀르키예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친구들

     

    튀르키예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친구들은 여행에서 만나 친구가 된 첫 경험이고 그 여행이후 한해에 두 번이나 다시 만나며 서로의 우정을 다졌다는 점에서 흔치않은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인연은 튀르키예 카파도키아 패키지여행에서 관광버스의 앞뒤 자리에 앉았던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스무명이 넘는 독일인 단체 관광객 중에서 단 두 명의 아시아권 여자와 독일인 남자가 짝을 이룬 멤버다보니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78일 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넷이서 따로 시간을 가지며 친해졌고 다시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왓츠앱을 연결하며 헤어졌습니다.

     

    IT업계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남편은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번아웃이 왔고 회사의 배려로 조기퇴직을 한 후 새로운 삶을 즐기고 있다고 합니다. 비슷한 나이로 비슷한 시기를 겪어온 우리는 비록 살아온 나라는 다르지만 많은 것들을 공감하며 나누었습니다.

     

    삼십 여전 남편의 태국 출장에서 아내를 만났고 이후 결혼하여 독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처음엔 영어로 소통했다는 이들은 결혼 후 독일에 살면서 부인의 독일어 실력이 일취월장하여 지금은 독일에 온 태국인들의 통역 일을 하면서 커뮤니티센터에서 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기도 하답니다. 낯선 곳에서 아이를 키우며 스스로도 더욱 발전시킨 그녀의 남다른 능력이 돋보이는 스토리입니다.

     

    드디어 여유로워진 남편은 수영, 탁구 등 다양한 운동으로 바쁜 일주일을 보내고 있고 부인은 여전히 태국어를 가르치고 통역일도 병행하며 서로의 시간을 관리하고 있답니다. 무엇보다 남편의 건강회복이 가장 중요한지라 서로 걱정하며 아껴주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그들과 두 번째 만남은 10월 리스본이었습니다. 카피도키아 여행 이후 왓츠앱으로 연락하며 지내다가 우리의 다음 여행계획을 얘기했더니 그들도 오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3주간의 리스본 여행을 계획하고 숙소를 정한 다음 그들에게 우리의 일정을 알렸더니 8일간의 일정으로 우리 숙소 바로 근처의 숙소를 예약하고 리스본으로 왔습니다.

     

    은퇴자들의 느린 여행답게 함께 같은 곳을 가기도 하고 서로의 관심사에 따라 따로 다니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일과후에 만나 와인과 맥주를 나누며 많은 대화들이 오갔습니다. 그렇게 다시 만난 리스본의 시간이 흘렀고 먼저 떠나는 그들을 아쉬워하며 독일에서 다시 만나자 약속했었습니다.

     

    독일로 돌아와서도 여러 가지 일들로 이들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아 애가 탔는데 한 달이 지난 무렵 드디어 기회가 왔고 그들이 사는 도시인 본(Bonn)으로 갔습니다. 23일의 일정이었는데 첫날 저녁에 그들의 집으로 초대받아 태국 음식으로 거나하게 대접을 받았습니다. 다음날은 독일 사우나 체험으로, 마지막날은 한때 독일의 수도였던 본의 위엄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인 Petersberg를 방문하며 오롯이 23일을 함께 했습니다.

     

    특히 Petersburg는 본이 독일의 수도이던 시절, 많은 외교사절이 머문 곳인데 특히 빌 클린턴이 그곳에서 조깅을 한 곳이 알려져 그의 이름을 붙인 조깅코스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용의 전설이 깃든 드라헨부르그(Drachenburg) 성을 보러 갔지만 절반쯤 오른 이후 추운 날씨로 도중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며 23일의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그 성을 보는 것도 좋아겠지만 다시 만난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보낸 시간이 더욱 즐겁고 좋았습니다.

     

    멀리서 온 친구들을 위해 온전히 시간을 비우고 여행프로그램을 설계하면서 우리와 함께 해준 그들의 성의에 너무나 감사한 여행이었습니다. 내년에도 다시 만나자고 아쉬운 작별을 하며 따듯한 마음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스페인 세비야의 밤을 함께한 친구들

     

    어쩌다보니 남자들은 모두 독일인이고 여자들은 국적이 다양한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2주간 머물렀던 세비야의 마지막 밤에 여행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가장 좋았했던 보데가()를 다시 찾았습니다. 처음 갔던 날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때문에 바에 서서 음식과 맥주를 즐겼는데 그날도 마찬가지로 벽 쪽의 스탠딩 바에서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1860년대에 문을 연 세비야의 오래된 보데가 중의 한곳으로 특이하게도 와인을 저장하던 대형 단지가 줄지어 서있는 곳입니다. 처음에 그 단지의 용도를 몰라 서빙하는 직원에게 물어보았는데 옆 테이블에 있던 사람이 와인 저장고였다고 친절히 설명해주며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남자들끼리 두 사람 다 독일인이고 비슷한 지역에 살았다며 유대감이 형성되어 독일어로 편안하게 대화를 하더니 연락처까지 주고받았습니다. 부인이 스페인사람이라 스페인어까지 원어민 수준이던 남편의 적극적인 활약으로 금세 친구가 되었지만 길게 잡아도 30분 남짓의 시간이었습니다. 양쪽다 이미 마무리할 시점에 만난  짧은 시간에 수다스러운 독일 남자들 사이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다 알 수 없지만 그렇게 연결되었고 다음날 아침 공항으로 이동하는 중에 왓츠앱으로 연락온 그 친구와 독일에서 다시 만나자며 이미 절친 모드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살고 있었고 여행 이후 한달 정도 지난 시점에 그들이 사는 부근에서 비즈니스 약속이 잡혔던 친구가 연락을 했더니 저녁식사 초대와 함께 그들 집의 게스트룸을 사용하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사실 보데가에서 그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인연인데 집으로 초대하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 게스트룸까지 제공해 주는 그들의 친절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조금은 불편했지만 이미 제안을 받은 우리는 독일의 유명한 와인산지에서 사온 스파클링 와인과 진짜 프랑스산 샴페인과 함께 우리는 절대 사지 않는 가격의 꽤나 좋은 치즈도 3가지나 구입해서 제대로 예의를 갖추어 그들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 친구의 친구부부와 여섯 명이 모여 먹고 마시며 떠들썩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이 금세 친구가 되는 색다른 경험이었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준 그들의 여유가 부럽고 존경스러웠습니다.

     

    사십년을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며 여러나라 여러사람들을 만난 그가 우리에게 준 강력한 메시지는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고 싶고 어울리고 싶어도 대부분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친구를 사귀고 싶고 만나고 싶으면 먼저 연락하고 약속을 잡아야 한다.”며 자신의 삶의 철학을 이야기했습니다.

     

    여행을 떠날 때도 현지에 있는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면 답장도 없는 사람이 있는가하며 반갑게 만나자는 사람들도 있다며 그렇게 관계를 이어가며 지인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즐기며 살고 있답니다. 아마도 그날 그 남편이 먼저 연락처를 묻지 않았더라면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지만 그 짧은 시간에 연락처를 묻는 정도까지는 아닌데 그는 네트워크 구축에 보다 적극적인 사람이었고 그렇게 우리와도 친구가 되었습니다.

     

     

    스페인 부인은 남편이 스페인 파견 근무할 당시 같은 회사에서 만나 결혼했고 이후 아들, 딸을 키우며 긴 공백기를 보낸 후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하여 지금은 스페인 영업을 책임지는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의 도전정신에 찬사를 보냅니다.

     

    독일의 일반적인 정년퇴직 시기는 67세라고 합니다. 그 이야기에 깜짝 놀라긴 했지만 그날 만난 친구들이 모두 60대 초반이었는데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도 정년 연장이 곧 이루어질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이틀밤을 늦게까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 후 우리는 한결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비록 독일어를 못하는 나와 영어로 말하기를 꺼리는 부인 사이의 언어 장벽이 있었지만 바디랭귀지를 포함한 시선 교환과 쉬운 영어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졌고 충분히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독일에서 독일어를 하는 친구들을 만나다보니 진작 독일어를 공부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됩니다. 짧은 영어실력도 문제지만 독일어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영어 대화를 하는 모습에 감동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언어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으며 돌아가면 독일어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해봅니다. 친구들이 서로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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