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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사우나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을 위해 직접 체험한 독일 사우나 문화의 일반적인 매너와 매우 사적인 느낌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독일을 여행했지만 한국에서도 사우나를 즐기지 않기 때문에 굳이 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독일의 사우나를 체험했습니다.

     

    [독일 여행] 독일에서 사우나를 즐기는 방법
    [독일 여행] 독일에서 사우나를 즐기는 방법

     

     

    카파도키아 여행에서 만난 친구네(태국인 아내와 독일인 남편)와 리스본에서 재회한 이후 독일에서 머무는 동안 그들이 사는 본(Bonn)으로 가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흘 일정으로 그곳을 방문했습니다. 다시 만난 우리를 위해 그들이 이끈 곳은 라인강변에 위치한 사우나였습니다. 이전에 만났을 때 독일의 사우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당황해하던 나를 위해 직접 체험하고 편견을 깨라는 의미로 준비한 이벤트랍니다.

     

     

    태국인 친구의 설명을 듣고 가겠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사우나체험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간 곳은 실내와 야외에 온천수를 이용한 수영장이 별도로 있고 넓은 사우나 시설이 갖추어진 꽤나 럭셔리한 휴양시설이었습니다. 1인당 30유로 정도의 입장료로 수영장과 사우나를 모두 이용할 수 있어 가성비도 좋은 편이었는데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네가 티켓 10장을 한꺼번에 구입하며 할인을 받아 20유로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 여행] 독일에서 사우나를 즐기는 방법
    [독일 여행] 독일에서 사우나를 즐기는 방법

     

    티켓을 받아들고 입장하니 바로 탈의실로 연결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우나 입장을 위해 옷을 갈아입는 곳은 옷가게의 피팅룸 정도의 사이즈로 사방이 막힌 개별 부스였습니다. 양쪽으로 문이 달려 들어가는 방향과 나오는 방향이 구분되어 있고 부스 옆으로 사물함이 설치되어 있어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목욕탕에서는 옷장 앞에 서서 옷을 벗으며 간혹 옆 사람과 부딪혀 민망할 때가 있는데 이곳에서 옷을 갈아입는 행위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라 생각하는지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며 부스 안에서 옷을 벗거나 입으며 정리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만 친구에게 물어보니 모든 사우나에 이런 탈의 시설이 갖추어진 것은 아니고 어떤 곳은 남녀 탈의실을 따로 두고 탈의는 다함께 하는 곳이 있고 어떤 곳은 남여 구분 없이 다함께 사용하는 탈의실도 있다고 합니다. 이곳은 그나마 옷을 갈아입을 때라도 편안하게 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그러나 부스외의 탈의장은 남녀가 함께 사용하는지라 이곳에서부터 이미 맨몸으로 다니는 사람들을 마주칠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자연스런 시선처리와 침착한 행동으로 컬처 쇼크에 잘 대응해야 하지만 이 또한 내 안에서 일어나는 놀라움일 뿐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

     

     

    함께 사우나 가기를 망설이던 내게 독일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태국인 친구가 자신도 늘 커다란 숄로 몸을 감싸고 들어간다며 안심시켜주었고 그 친구가 준비해준 숄과 샤워가운으로 무장을 한 후 사우나로 진격했습니다. 어쩌면 모르는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잘 아는 친구와 맨몸으로 대면하는 것이 더 쑥스러웠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막상 그렇게 들어가고 보니 모든 사람들이 자연스레 맨몸으로 들어오는 사우나에 우리만 몸을 감싸고 있는 것 또한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독일인 친구에게 불편한 마음을 얘기하니, 웰빙을 위해 오는 사우나에서 누군가를 의식할 필요가 없으며 온전히 벗든 가리든 자신이 편안하다면 그만이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며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친구 말대로 사우나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누구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엄청 넓은 실내에는 온도에 따라 다른 몇 개의 사우나실과 온탕, 냉탕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사우나를 이용하는 중간에 라인강을 바라보며 쉴 수 있도록 비치의자가 가득 설치되어 있었고 우리도 그곳에 준비해온 타올을 깔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들 미리 자리를 잡아놓고 사우나를 오가며 의자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고 쉬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비치의자를 이용할 때는 개인 수건을 덧깔고 사용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만큼 개인위생은 스스로 챙겨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해 필요한 조치인 것 같습니다.

     

    사우나실에 들어갈 때도 반드시 개인수건을 준비해 깔고 앉아야 하며 땀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과 몸이 닿지 않도록 주의해서 움직이고 사우나 안에서도 간격을 두고 앉습니다. 오래 한사람을 응시하거나 하는 등 불필요한 시선으로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먼저 70도의 사우나로 들어갔습니다. 서너명의 먼저 들어와 있던 사람들이 누워있기도 하고 앉아있기도 했지만 상당히 넓은 공간이어서 우리도 띄엄띄엄 계단 아래위로 각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사우나실이 가득 채워질 정도로 사람들이 밀고 들어왔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시간대별로 이루어지는 일종의 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사우나실 중간에 뜨겁게 달구어진 돌무더기가 있는데 정해진 시간에 직원이 들어와 오일과 허브를 우려낸 물을 돌 위에 뿌리며 수증기를 발생시킵니다. 그리고 큰 부채와 수건을 빙빙 돌리며 올라오는 수증기를 방안 전체로 골고루 보내줍니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수증기가 뿜어내는 열기를 몸 안으로 끌어들입니다. 얼마전 감기치레 이후 목안에 걸려있던 이물질 같은 것이 서서히 잦아든 걸보니 사우나 효과가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이렇게 세 차례 정도 반복되는 퍼포먼스 이후 전혀 땀이 날 것 같지 않던 내 몸에서도 서서히 땀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우나의 재미를 더해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95도 사우나실에서도 같은 퍼포먼스가 이어졌는데 이곳에서는 온도가 워낙 강력한지라 살길을 찾으라는 듯 미리 살얼음을 나눠주어 한주먹씩 움켜쥐고 얼굴과 몸에 비비며 열기를 이겨냈습니다. 하지만 사우나에 취약한 나는 마지막까지 버티지 못하고 탈출했습니다.

     

     

    온몸에 땀이 흘렀지만 찬물에 뛰어들 용기는 없었고 야외 정원으로 나가 잔디밭 위를 맨발로 걸으며 땀을 식혔습니다. 친구 부부도 함께 정원을 걸었는데 독일인 남편은 맨몸으로 자연스럽게 산책하듯 잔디밭을 거닐었습니다. 거기에 함께 있는 나도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애썼지만 실제 보이는 모든 것들이 전혀 당황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니 땀이 나는 또다른 이유가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모두가 맨몸으로 다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곳을 보며, 아담과 이브 이전의 세상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참으로 희한한 광경이었지만 감정적으로 전혀 동요하지 않았으며 거기에 모인 모두가 사우나를 즐기는 데만 몰입한 모습을 보며 서서히 동화되어 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전히 맨몸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지만.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곳에 들어갈 때는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휴대할 수 없습니다. 라인강을 따라 오가는 리버 크루즈 배들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 바지선들이 이어지며 강 건너의 작은 마을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화가 만들어졌는데 그저 눈으로 보고 즐기는 수밖에 없었네요. 오랜만에 온천수에서 수영 하고 사우나도 즐기며 한가로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좋은 친구들 덕분입니다. ! 수영장에선 수영복을 입어야 합니다.

     

    [독일 여행] 독일에서 사우나를 즐기는 방법

     

    두 번째 사우나

     

    친구들과 첫 사우나 경험 이후에 바트 뒤르크하임(Bad Dürkheim)이라는 곳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독일에서 지명에 Bad가 붙은 곳은 온천이 쏟아 나거나 수질이 좋아 사우나가 있는 지역이라고 합니다. 독일의 전형적인 겨울날씨라고 하는 흐리고 비가 내리던 날, 그곳의 사우나에 갔습니다. 이곳은 1인당 11유로로 더욱 저렴하면서 수영장까지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두 번째이지만 여전히 보는 것과 보여주는 것 사이에서 우선 나를 보호하면서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사우나에 집중하려 노력했습니다. 바닥만 바라보는 나와 달리 독일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맨몸으로 활보하고 다녔습니다. 문화의 차이를 격하게 느꼈습니다. 다음에 독일친구가 한국에 오면 찜질방을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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