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튀르키예 전통공연 '세마' 이야기
    튀르키예 전통공연 '세마' 이야기

     

    카파도키아에서 튀르키예 전통 춤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안내와 함께 우리가 찾아간 곳은 작은 무대가 설치되어 있는 세마 공연장이었습니다. 이곳을 방문하기 전, 세마(Sema)라는 전통춤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기에, 그저 현지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을 거라는 정도의 기대만으로 그곳에 참여했습니다.

     

    튀르키예 전통공연 '세마' 이야기
    튀르키예 전통공연 '세마' 이야기

     

    튀르키예 전통 춤 세마(Sema)’

     

    무대를 중심으로 세 방향에 차려진 관람석에 자리하자 리더인 듯한 사람의 노래 같기도 하고 주문 같기도 한 큰 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남성들이 비장한 모습으로 들어왔습니다. 익숙하지 못한 풍경에 두려움마저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세마는 이슬람 신비주의 중 하나인 메블라나교의 종교의식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 춤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흰색 스커트를 입은 남성들이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회전하는 춤입니다. 머리를 기울이고 양 팔을 벌려 들고 빙빙 돌면 폭넓고 긴 스커트 자락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습으로 함께 돌아갑니다.

     

     

    들어 올린 양팔을 보면 오른손은 손바닥이 위로, 왼손은 아래로 향하고 있습니다. 오른손은 하늘을, 왼손은 대지를 가리키는 동작이라고 하는데 하늘에서 전해지는 사랑과 은총을 사람에게 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무아지경에 빠진 듯, 표정의 변화는 물론 주변에 대한 한 점의 동요도 없이 끊임없이 무대 위를 돌고 또 돌았습니다.

     

    튀르키예 전통공연 '세마' 이야기
    튀르키예 전통공연 '세마' 이야기

     

     

    신을 만나는 의식, 세마

     

    이것이 그들이 신과 만나는 의식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쉼 없이, 점점 빠르게 무대 위에서 돌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실은 마음이 엄청 불편했습니다. 알지 못하는 그들의 종교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던 것은 물론이고 저렇게 하염없이 도는 데도 멀쩡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남아 두고두고 세마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두려움과 의구심이 신비감으로 바뀐 것인지, 왜 그 춤을 잊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신을 향한 마음이 약해지거나 타락과 유혹에 빠지는 것을 우려하여 세속적인 춤과 음악을 금지하는 정통 이슬람교와는 달리 메블라나교는 누구든 신을 만날 수 있다는 기본 사상을 바탕으로 어려운 경전 대신 즐거운 춤인 세마를 통해 서민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튀르키예 전통공연 '세마' 이야기
    튀르키예 전통공연 '세마' 이야기

     

    빙글빙글 회전하는 세마의 주된 동작은 모든 만물은 돈다는 세상의 이치와 함께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태양계의 행성들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고통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회전 동작은 신을 만나기 위해 이겨내야 하는 하나의 관문이라고 합니다.

     

    세마를 추는 사람들은 모두 수도자들이며 이들을 세마젠(Semazen)이라고 부릅니다. 세마젠들은 코란을 외우며 기도를 올린 후, 대나무로 만든 악기인 네이(Ney)’의 반주에 맞추어 둥글게 돌면서 춤을 춥니다. 차츰 회전속도가 빨라지면서 앉아서 감상하는 우리도 함께 도는 듯 착각을 일으켰고 한편으로 그 고통이 전해지는 듯도 했습니다.

     

      

     

    세마를 출 때 수도자들은 긴 모자와 검은색 망토를 걸치고 들어와 춤을 추기 전 망토를 벗고 흰색의 긴 스커트 차림으로 빙글빙글 무대를 돕니다. 긴 모자(시케 Sikke)는 무덤 앞에 있는 비석을 상징하며, 언젠가 죽을 운명인 우리 모두가 늘 선한 마음을 갖자는 의미라고 합니다.

     

    춤을 추기 전에 입고 들어오는 검은색 망토(히르카 hırka)는 흙을 상징하며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마의 대표 의상인 흰옷(텐누레 Tennure)은 수의를 상징합니다. 세마를 추기 위해 망토를 벗을 때 수도자들은 모자와 신발에 입을 맞추며 배려를 표현합니다.

     

    튀르키예 전통 춤인 세마는 튀르키예의 주요 관광지에서 만날 수 있는데 특히 튀르키예에서 가장 이슬람 색채가 강한 도시로 꼽히는 콘야(Konya)’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매년 12월 중순 콘야 전체에서 메블라나 루미 페스티벌(Mevlana Rumi Festival)이 열리는데,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수백 명의 세마젠들이 함께 추는 세마 군무가 펼쳐진다고 합니다.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세마

     

    카파도키아 여행에서 세마를 만났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참여한 공연에서 얼마간 두렵기도 했지만 성스러움이 넘치는 종교의식에 참여한 듯 경건한 자세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낯선 공연을 접한 이후 한동안 머릿속에서 세마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세마를 통해 튀르키예의 색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카파도키아의 넓은 자연과 그곳에서 일어난 종교적인 역사는 남겨진 유적을 통해 외적으로만 이해가 되었다면 세마를 추는 수도사들의 끊임없는 수련의 과정은 고통의 역사를 내적으로 승화시킨 또 다른 유적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행을 다녀온지 두달이 지났습니다. 이제서야 이 글을 쓰는 것은 여행을 통해 본 것들에 대한 이해를 더하고 세마라는 특별한 의식에 대해 느낀 점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해의 부족으로 잘못된 정보나 표현이 있을지도 모르니 그저 색다른 분위기만 느끼고 가시기 바랍니다.

     

     

     

     

    튀르키예 카파도키아
    튀르키예 카파도키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