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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주여행은 오롯이 아웃백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친구네에 머물며 집수리를 돕고 정원 가꾸는 일을 도운 것도 이렇게 해서 친구의 아웃백 여행에 편승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호주에는 오팔이 유명합니다. 이 오팔을 커팅하여 상품으로 만들어 유럽시장에 내다 파는 일이 친구의 또 다른 수입원이어서 매년 아웃백에서 열리는 오팔페스티벌에 맞추어 이곳을 방문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 시기에 맞추어 호주에 왔습니다.

     

     

    드디어 아웃백으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생각보다 준비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이주일 정도로 계획한 여행인데 일주일은 친구네 집에서 머물 계획이지만 아웃백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하여 우리가 챙겨갈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준비해 가야 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트를 두루 섭렵했습니다. 화장지와 물은 물론이고 인스턴트 커피와 파스타 면, 각종 소스류 같은 비상식량 겸 친구네에 기증할 것들도 골고루 챙겼습니다. 그리고 떠나는 날 아침, 선데이마켓에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사는 것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목적지인 요와(Yowah)까지 하루의 이동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Bollon이라는 도시에서 하루를 묵기로 하고 열심히 달렸습니다. 그러나 중간중간 작은 마을들에서 나에게 보여주고 싶은 Spot에서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결국 지체되어 Bollon70여키로 앞둔 곳에서 차박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웃백_볼론 가는 길

     

    레스팅 에리어(Resting Area)라고 표시 되어 있는 이곳은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쉼터 같은 느낌인데 화장실이 있어 이곳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다만 불행히도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아까운 생수로 손만 씻었고 크로와상 한 개와 와인 한잔으로 저녁을 대신했습니다.

     

    사실 주변 수십 킬로미터 이내에 사람이 살지 않는 황야 한가운데에서 밤을 새운다는 사실 만으로도 겁이 났지만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일가족이 저녁준비를 하고 있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6살 꼬맹이를 동반한 일가족이었는데 호주에서 흔한 여행인가 싶었고 추운 날씨를 이기려고 불을 피운 우리가 그 가족을 초대해 함께 와인한잔을 나누며 여행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편안하게 친구가 됩니다. 젊은 부부의 여행방식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릴로케이션(Relocation)이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으로 다른 도시에 반납한 렌트카를 원래 도시로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저렴하게 렌트카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호주처럼 넓은 나라에서 가능한 일인 것 같고 우리에게는 생소한 일이지만 호주에는 많이들 이용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그들의 여행방식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조사해서 공유할 생각입니다.

     

     

    다음날 아침, 초췌한 몰골로 볼론에 도착한 우리는 그곳에서 여행자들을 위해 마련된 무료 샤워장에서 온천수로 리프레시할 수 있었습니다. 겨우 하루동안 못씼었을 뿐인데 따듯한 물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모릅니다. 더구나 온천수를 무료로 제공해 준다니 우리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이렇게 해서 사람들이 머물며 기여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카페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며 그곳을 즐겼습니다.

     

    아웃백 볼론(Bollon)

     

    호주는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의 35배가 넘는 면적을 가진 나라입니다. 단순히 크다고만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면적이지만 95%의 인구는 해변 주위의 5% 정도의 땅에 모여 산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내륙의 엄청난 땅을 차지하는 아웃백은 여전히 야생지역입니다. 캥거루와 왈라비, 에뮤와 같이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동물들이 야생으로 눈앞에서 뛰어다닙니다. 내가 운전하는 구간에서 갑자기 다섯 마리의 캥거루가 줄지어 튀어나와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충분히 속도를 줄일 만한 거리여서 그들을 무사히 보냈지만 살아있는 캥거루만큼 로드킬로 희생된 아이들이 너무 많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길은 끝이 없어 보였고 우리 앞에는 파란 하늘과 구름이, 옆으로는 카키에 가까운 푸른 유칼립투스 나무들과 붉은 색의 흙길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여름철에 특히 비가 많이 내리는데 따로 물이 흘러갈 수로가 없기 때문에 전체가 물에 잠긴다고 합니다. 물높이 표지가 군데군데 서 있고 1미터 까지 표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웃백은 이런 풍경만으로도 엄청난 자연의 힘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아웃백_요와 가는 길

     

    이틀 만에 도착한 요와(Yowah)는 퀸즐랜드주에 속하는 아웃백 지역의 작은 마을 입니다. 매년 7월 셋째주에 오팔페스티벌이 열리는 요와(Yowah)170여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로 호주 오팔의 대표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팔과 관련된 일을 하며 살고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조용할 것이라 생각했던 작은 마을은 이미 축제 준비로 들썩이고 있었고 캠프장에는 많은 캠핑카와 캠퍼밴들이 가득 매우고 있었습니다. 축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웃백을 여행하기 좋은 시기가 겨울철인지라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에 아웃백을 찾는다고 합니다. 대부분 은퇴자들로 보이는 어르신 그룹인 것을 보면 열심히 일하고 은퇴한 당신들이 가장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나 봅니다.

     

    요와 캠핑장

     

    우리는 다행히 요와에 친구네 집에 머물게 되어 추운 겨울밤을 차에서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작은 컨테이너를 개조한 듯한 게스트룸을 선선히 내준 친구 덕분에 편안하게 잠잘 수 있었습니다. 각자 알아서 식사를 챙기고 함께할 땐 또 즐거운 우리의 아웃백 생활이 엄청난 야생이 아니었던 것도 친구의 배려 덕분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아웃백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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