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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어는 고대로마시대부터 지금까지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다. 모젤 강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룩셈부르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우선 여행객 모드로 포르타 니그라 (Porta Nigra) 를 찾았다. 트리어 광장을 지나 사람들이 몰려가는 곳으로 따라가니 말 그대로 검은 성문처럼 보이는 건물이 떡하니 버티고 서있었다. 도시 북쪽을 방어하기 위해 세워진 게이트인 이곳은 초기에 회색 사암으로 지어졌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풍화되고 이끼가 끼어 검게 변해 '검은 문'이라는 뜻의 '포르타 니그라(Porta Nigra)'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건물 안에 서니 로마시대의 생활상과 그 안에서 그들이 가졌을 생각들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사람 사는 일,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까만...
포르타 니그라 전경
무엇보다 우리의 이번 여행 주제는 '와인'이었으므로, 트리어광장의 스트리트 와인바를 이틀 연속으로 즐겼다. 이곳은 관광청인지 공적인 성격의 기관이 운영하는 곳으로 트리어와 인근 와이너리의 와인을 이틀 단위로 바꿔가면서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가 간 첫날과 둘째 날은 와인이 바뀌는 날이라 딱 맞게 다양한 와인을 즐길 수 있었다. 와이너리 투어와 테이스팅을 못한 아쉬움을 여기서 씻어낸 거다.
이곳은 와인글라스당 보증금 4유로씩 받아 와인을 판매하고, 다 마신 후 글라스를 돌려주면 보증금을 반환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글라스가 깨지거나 분실될 경우에 대비한 확실하고 스마트한 운영방식으로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와인을 즐겼고 우리도 그들 틈에서 끼어 모젤강변의 여러 와인들을 맛보았다. '이것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아이가'라며.
와인을 두어 잔씩 마신 후 모젤강변 산책에 나선 우리가 발견한 것은 언덕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 보고있는 성모마리아상(St. Mary's column)이었다. 가까워 보였고 금방 오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돌아 돌아가야 하는 길을 한 시간 정도 걸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루한 길이 아니라 독특한 멋을 지닌 주택가와 평화로운 숲길이 이어졌고, 그 와중에 떨어진 알밤을 줍는 소소한 재미도 행복도 누렸으며, 풀밭에서 평화로이 풀을 뜯는 말들도 만났다. 그날 저녁, 주워온 밤을 삶아 먹었는데 정말 달고 맛있었다.
마리아 님은 트리어의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서서 모젤강을 바라보며 모두의 축복을 빌어주고 있었다. 올라가는 길이 조금은 힘들었지만 그곳에서 바라보는 모젤강과 트리어는 그야말로 가슴이 탁 트이는 놀라운 풍경이었다. 처음엔 관심이 없던 친구도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을 마주하곤 올라오길 잘했다며 좋아라 했다.
오래된 도시의 모습을 바라보며 내 표현력의 한계에 부딪혀, 지질한 말 표현 보다 두고두고 볼 수 있도록 영상으로 담아왔다. 마지막에 성모 마리아를 올려다보지 않은 아마추어의 실수.
그렇게 도시를 훑어보고 내려와 모젤강변 야외카페에 앉아 시원하게 맥주 한잔씩 나누고 다시 슈바이히로 돌아왔다. 많은 일을 하지 않았지만 좋은 친구와 보낸 편안한 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래. 여행은 언제나 좋지만 바쁘게 쫓기지 않으며 찬찬히 돌아보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모젤강변 와인투어는 끝났지만, 다음 여행은 또 어떤 주제로 어느 곳을 향하게 될지 벌써부터 설렌다.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2023.11.01 - [나의 여행 이야기] - 다시 독일(1)
2023.11.02 - [나의 여행 이야기] - 다시 독일(2) - 프랑크푸르트
2023.11.06 - [나의 여행 이야기] - 다시 독일(3) 모젤강변 와인밸리
2023.11.09 - [나의 여행 이야기] - 다시 독일(4) Schweich(슈바이히), 드넓은 포도밭과 로마시대의 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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