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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추억의 깊이와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서로를 잘 이해하고 여행 스타일이 맞는 사람과 함께 떠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번엔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패키지 그룹투어였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방적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운이 좋았습니다.
함께한 여행팀
이번에 함께 여행을 떠난 우리팀은 모두 10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10명 이상의 경우 별도의 팀을 구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기에 우리끼리의 여행이 가능했습니다. 모두들 무난하신 분들이라 별 어려움은 없었겠지만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에서는 늘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지라 우리끼리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어 다들 좋아라 하셨습니다.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 패키지는 일반적으로 3박5일로 짜인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가 갔던 여행은 전세기가 뜨는 마지막날부터 짜여진 프로그램이라 3박 4일 일정이었습니다. 대구공항에서 아침 9시에 출발하는 비행기 편이었고, 돌아오는 날은 대구공항에 밤 10시 정도에 도착했습니다. 새벽비행기를 타기 위해 현지공항에서 시간을 때우던 다른 여행을 생각하면 훨씬 수월한지라 이 또한 모두가 만족하는 일정이었습니다.
패키지여행에 끼워넣기
여행사에서 받은 여행 프로그램을 보며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보다 앙코르 와트 일출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앙코르 유적을 두루 살펴보고 이 나라 사람들의 일상을 만날 수 있는 시장 투어 등으로 나름 알차게 짜여져 있었지만 오래전부터 앙코르 와트에 가면 일출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작은 바람을 내려놓아야 해서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러나 언제 또 오게될 지 모르는 캄보디아 여행인지라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앙코르 와트 일출은 꼭 보고 싶었기에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출국 전에 함께 여행하는 우리 멤버들에게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일출 사진들을 모아 공유하면서 함께 참여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더니 모두가 함께 가자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다만 우리의 여행은 사전에 짜인 패키지 프로그램인지라 새벽시간에 가야 하는 일출보기를 끼워넣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우리끼리 툭툭이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을 고민하며 캄보디아로 출발을 했습니다. 물론 톤레사프호수에서 보는 일몰도 또 하나의 희망사항이었지만 이번엔 일출 만이라도 보는 것으로, 욕심내지 않기로 자제하면서.
앙코르 와트에서의 일출
모든 일에 약간의 운이 따라야 잘 풀린다는 것은 우주의 원리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주위에서 도와주지 않는다면 혼자의 고집 만으로 성사되기 힘든 일이 많으니까요.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여튼 운 좋게도 현지 여행해설사와 바로 의기투합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희망하던 앙코르 와트에서의 일출을 추가로 제공해 주겠다고 선뜻 받아주셨으니까요.
물론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했지만 우리끼리 갔을 때 지불해야할 왕복 툭툭이 비용과 현장 사정을 몰라서 어리바리했을 것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사한 딜이었습니다. 이 또한 우리 멤버끼리 팀을 이루어 가능한 부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함께한 낯선 누군가가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출 전에 일찍 앙코르 와트에 도착한 우리는 사원 안에 차려진 작은 식당에서 쌀국수와 볶음밥으로 아침식사를 하며 일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곳에도 여지없이 부채, 스카프 등 각종 물품들을 들고 와서 사달라고 들이미는 현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중에 앙코르 와트를 그린 그림을 파는 청년이 눈에 띄었습니다.
청년이 비닐로 싼 여러 장의 그림들을 보여주었는데 무엇보다 그 그림들을 자신이 직접 그렸다고 했습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그림을 파는 그가 더 큰 화가가 되기를 바라면서 그의 사인이 있는 그림 한 장을 10달러에 구입했습니다. 그 그림은 지금 우리집 한쪽 벽에 걸려있고 그것을 볼 때마다 앙코르 와트에서의 그 아침을 떠올리게 됩니다.
어디에서나 뜨는 태양이지만 앙코르 와트에서 만나는 일출이 특별한 것은 그곳이 앙코르 와트이기 때문입니다. 매일매일 뜨고 지는 해를, 그때마다 경외심으로 바라보지 않지만 그곳이 앙코르 와트이기 때문에 꼭 보고 싶었습니다. 5개 탑사이로 솟아오른 그날의 태양은 지난 시름을 모두 잊고 새로운 오늘을 시작할 수 있도록 희망을 주는 특별한 힘이 있는 듯 했습니다.
톤레사프호수에서의 일몰
앙코르에서 일출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는데 현지 해설사께서 일정을 조정하여 톤레사프호수 투어를 늦은 오후시간으로 변경해 주셨습니다. 일출을 보니 일몰도 보시라고 조정했다면서. 뜻밖의 행운이 찾아온 느낌이었습니다. 우리는 톤레사프호수의 수상마을에서 수상가옥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돌아본 후 일몰을 보기 위해 도로 위의 휴게소 같은 수상마을 휴게소에 올랐습니다.
우리가 갔던 날은 날씨가 매우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일몰시간에 몰려든 구름때문에 일출만큼 선명한 일몰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 그곳에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바다처럼 수평선이 보이는 거대한 호수 에서, 그 위에 내려앉은 붉은 노을이 새삼 신비감 마저 자아내는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긴하루를 함께한 여행친구
일출부터 일몰까지 여행은 하루 동안 이루어진 일입니다. 아침 일출 후 앙코르 와트와 몇몇 사원을 돌아본 다음 오후시간은 호텔에서 쉴 수 있었기에 힘들지 않은 일정이었습니다. 일몰 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돌아와 호텔 수영장에서 가볍게 수영을 즐기고 바에서 맥주 한잔을 나눌 여유도 있었습니다.
그 밤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이었기에 가볍게 소감도 나누고 다음 여행에 대한 생각들도 주고 받으며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랜 친구는 오래 알고 만났기에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배려를 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가끔 무례한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거나 미움을 받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봅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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