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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 이야기

다시 호주(5) Cronulla

여행스토리나눔 2024. 2. 9. 11:03

목차



     

    호주여행이야기 Cronulla 시드니

     
    한여름의 새해 첫날 찾은 크로눌라 해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하필 그 기간 동안 한국의 겨울은 혹한으로 치닫고 있다는 일기예보를 접하며 추위에 유독 약한 내가 무척이나 대견한 선택을 했다는 뿌듯함 마저 들었다. 닷새를 머물렀던 크로널ㅣ눌라에서 아침마다 찾았던 카페와 바다, 락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바닷가 카페에서 맞는 아침

    여름철에만 문을 연다는 해변의 카페는 언제나 가득찬 사람들로 생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주문을 받으면서 주문자의 이름을 묻는다. 그리고 음료가 준비되면 크게 주문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준다. 이곳에선 너무나 자연스러운 문화이다. 바리스타의 커다란 목소리가 자그마한 매장에 울린다. "Frank~", "Alice~" 와 같이 친근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준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익명성에 익숙해져 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리고 개인정보가 노출되는데 대한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 디지털문명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그 안에서 이루어진 각종 범죄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람과 사람사이의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름 밝히기도 되도록 피하려 한다. 안타까운 모습이다.
     
    블랙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언제나 롱블랙이다. 하얀 크레마가 덮힌 롱블랙 한잔을 들고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 있다 보면 어느새 복잡하던 머릿속 생각들이 사라져 버린다. 파란 하늘, 새하얀 구름, 파도치는 바다, 그 안에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이 감사할 뿐이다. 굳이 세상을 복잡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늘과 바다와 초록초록

     
    바다에 왔다고 물 속에서만 놀 필요는 없다. 바다를 바라보며 쉼을 챙길 수 있는 넓은 잔디밭과 공원이 바로 앞에 있다. 자외선에 약한 나에게 선탠은 꿈에도 생각 못할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잔디밭에 누워 태닝을 즐긴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들은 나무 아래 그늘에 앉아 쨍한 여름 태양을 즐긴다.

     
     
    호주 바다에서 발견한 새로운 재미는 락풀(Rock Pool)이다. 바닷가에 있는 바위들을 이용해서 풀장을 만들어 둔 것이다. 파도에 휩쓸리기 쉬운 어린아이들이나 수영을 즐기려는 어른들이 많이 이용한다. 파도치는 바다에서는 수영보다 서핑을 하거나 파도에 떠밀리며 노는 것이 더 즐거우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시드니 근처의 해변은 본다이 비치일 거다. 본다이비치에 가본 사람들은 바다에 조성된 수영장을 보았을 것 같다. 내 기억으로 그곳은 퍼블릭 풀로 만들어져 시설을 이용할 때 수영장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이곳은 그냥 바다다. 모래가 밀려들어와 바닥도 해변과 동일하게 부드러운 모래사장이다. 
     

     

    바다와 락풀

    크로눌라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날씨가 흐렸음에도 불구하고 락풀로 향했다. 이 해변에 두 개의 락풀이 있었는데 조금 더 깊고 인공미가 가미된 듯한 풀에는 이미 몇 사람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나머지 한 곳, 마침 아무도 없던 풀에서 마지막 바다를 즐겼다.
     
    우리나라 동해안에도 이런 수영장을 조성해 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닷가에 넓게 펼쳐진 바위들을 조금만 다듬으면 멋진 풀이 되지 않을까. 어쩌면 자연 그대로 두고 보아도 좋겠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락풀이 아니어도 수영할 곳은 얼마든지 많다.

     
    자연과 함께 어울리는 것만큼 편안함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 내 시선을 피하지 않는 자연이라는 상대 앞에서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어느새 그 바다가 그립다.
     
    한국에 돌아가면 수영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돌아와 보니 너무 춥다. 수영장 생각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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