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이틀째 비가 내리고 눅눅한 채로 돌아다니던 우리는 저녁에 플라멩코 공연을 보기로 했습니다. 크고 화려한 곳보다 작은 소극장을 선호했기 때문에 관광정보센터에서 받은 공연장 정보 중에서 관객 40명 만을 받는 곳을 선택하고 예약도 없이 무작정 가보기로 했습니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 보면 된다는 생각으로.
비오는 오후, 근처 카페에서 맥주와 타파를 즐긴 우리는 약간의 시에스타를 즐긴 후 강 건너 트라비아에 있는 공연장을 찾아 갔습니다. 숙소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위치에 있는 공연장은 퀸 이자벨 2세 다리를 건너 조금 더 들어간 골목길 안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7시 공연이라 살짝 어두워진 시간에 골목길 끝자락에 있는 공연장을 발견했습니다. 예약도 없이 갔기 때문에 이미 7시 공연 예약이 찬 상태였고, 매니저는 9시 30분에 열리는 다음 공연을 권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은 우리는 다음날 오겠다며 돌아서려는데 작은 극장의 융통성을 발휘하여 추가로 두 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무대를 앞에 두고 정면과 양옆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고 무대 옆쪽 뒷자리를 받은 우리는 상그리아 한잔씩을 들고 조금은 긴장하며 공연을 기다렸습니다. 대략 40여개로 준비된 자리는 금세 찼고 이어서 공연이 시작 되었습니다.
사실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기타 연주자가 먼저 한 곡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띄우더니 여자 가수가 나와 구슬프게 목 놓아 플라멩코를 불렀습니다. 이어서 여자 댄서가 나와 무대를 사로잡았는데 구슬픈 노래에 맞추어 탭댄스와 같이 발을 구르고 온몸을 흔들며 모두의 혼을 빼놓더니 어느새 30분의 시간의 지나 있었습니다.
춤추고 노래하는 사이사이 손뼉과 추임새로 '올레'를 외치며 장단을 맞춥니다. 박자를 맞추는 손동작이 특이해서 따라해 보기도 했습니다. 탭댄스를 추는 발동작은 감히 흉내낼 수도 없었습니다.
5분간의 휴식을 갖고 다시 시작한 쇼에서는 남자 댄서가 다시 무대를 휘어잡았습니다. 탭댄스는 물론이고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 무릎과 가슴을 치며 낸 소리까지 모두 어우러져 춤이 되었습니다. 땀에 젖어 쇼를 마무리했을 때 관객들은 모두 소리치며 환호했습니다. 함께 몸을 흔들며 몰입했던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있었습니다.
공연중 사진 촬영은 금지하고 있고 정규공연 이후에 앵콜 공연 처럼 좀 더 보여주며 사진 촬영을 허가해 주어 그때 찍은 사진들입니다.
우리나라의 판소리처럼 나라마다 민족마다 그들을 표현하는 노래와 춤이 있습니다. 리스본에서 포르투갈의 전통음악인 파도(Fado)를 못본 것이 안타까웠는데 세비야에서는 드디어 플라멩코를 만났습니다. 다만 작은 무대라 좀 더 크고 과감한 것을 기대했었던 데는 못 미쳤지만 바로 눈앞에서 그들의 표정과 소리와 모든 동작을 직관할 수 있었기에 충분히 만족합니다.
여행은 문화를 습득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한번 본다고 알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 사는 곳과 방식은 어디나 비슷하기 때문에 함께 느끼고 나누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넓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플라멩코와 함께한 밤, 근처 바에서 와인 한잔으로 이날의 감동을 나누고 나오니 비가 그쳐 있었습니다. 이자벨 2세 다리를 건너는데 밤 풍경은 또 얼마나 황홀하던지... 그렇게 세비야의 또 한 밤이 깊어 갔습니다.
'나의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페인 여행] 공짜로 즐기는 세비야 (0) | 2024.11.04 |
---|---|
[스페인 여행] 세비야에서 걸으며 먹으며 (3) | 2024.11.02 |
[스페인 여행] 세비야 호스텔 체험 (0) | 2024.10.31 |
[스페인 여행] 세비야 10월, 11월 날씨 (0) | 2024.10.31 |
리스본에서 세비야로 버스여행 (0) | 2024.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