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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는 스페인 남서부 안달루시아를 대표하는 관광도시입니다. 사실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2주일간 호스텔을 예약해 버린 후 세비야에 대해 알아보니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겐 하루나 이틀 정도 들렀다가는 곳인 듯했습니다. 그렇게 작은 도시에서 2주간을 어떻게 보낼까 싶어 우리의 선택에 대해 살짝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리스본의 3주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열심히 하지 않지만 그곳의 삶에 젖어드는 여행을 선호하는 우리에게 어쩌면 2주가 긴 시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애써 불안한 마음을 달랬습니다. 그리고 벌써 세비야에 도착한 지 한주가 지났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늘 하던 대로 느지막이 일어나 숙소 앞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쉬엄쉬엄 걸어서 동네 산책을 나갔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오래된 건물이나 특이한 무엇을 만나면 돌아보고 그곳에 대해 알아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끔 예상치 못한 거리에서 역사적인 곳을 만나기도 하고 좁은 골목길에서 특이한 문양의 그림이나 타일과 마주치면 또 한참 들여다보며 신기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배가 고프면 여행자들이 사라진 뒷골목이나 그나마 조용한 곳으로 들어가 봅니다. 여지없이 Bodega라고 붙여진 식당들이 숨어있습니다. 며칠 전 갔던 곳은 영업 중인 식당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무겁고 완고한 나무문이 닫혀 있는 곳이었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자 동네 사랑방이었습니다.
끼리끼리 모여서 맥주를 마시며 음식을 나누는 모습에 안심하며 들어갔고 Tapa(작은 접시에 나오는 음식) 몇 가지를 주문해서 생맥주와 함께 마셨습니다. 이런 곳에 들어가면 우선 가격이 저렴합니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들처럼 화려하지 않을 수 있지만 편안한 분위기와 함께 그곳 사람들 틈에 끼여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같은 식당에 몇 차례 간 곳이 있는데 돌아다니다 발견한 시장(Mercado De Feria) 바로 옆 건물에 있는 작은 식당입니다. 주방이 마감된 시간에는 간단한 타파만 제공되고 주방을 운영하는 시간에는 따듯한 다른 음식들도 먹을 수 있습니다. 이곳의 타파는 3.5유로~4.5유로 정도로 먹을 수 있는데 그날 점심은 20유로 정도로 4가지 음식에 맥주 2잔까지 완벽한 한 끼 식사가 가능했습니다. 한 곳에 꽂히면 내내 거기만 가는 친구의 성향상 몇 번은 더 갈 것 같습니다.
생맥주를 마실 때 간혹 당황스러운 경우가 있습니다. 맥주는 적당한 거품을 올려야 신선도가 유지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긴 하지만 ‘그란데’라고 부르는 큰 잔을 주문했는데 거의 거품으로 치장하거나 아예 대충 따라주는 느낌인데 황당해하는 눈빛을 보내니 그나마 조금 더 주더니 으쓱합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그란데가 아닌 스몰 비어를 요구해도 같은 잔을 이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자세히 보니 잔에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대, 소 구분이 확실하네요.
양과 상관없이 스페인에서 마시는 생맥주는 맛이 있습니다. 오전에도 카페에서 맥주나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관광객 뿐 아니라 현지 사람들인 경우도 많습니다. 술은 낮술이 맛있다고들 하지만 아침부터 마시는 술은 너무 심한 거 아닌가. 한잔 정도는 괜찮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세비야에서 어슬렁거리며 걷다 보면 어느새 강변에 이르게 됩니다. 이 강은 과달키비르(스페인어: Guadalquivir)강으로 전체 길이 657 km, 전체 유역 면적 58,000 km2에 이르는데 스페인에서 다섯 번째로 긴 강이라고 합니다. 강에는 유람선이 떠다니고 카약 같은 수상스포츠를 즐기기도 합니다.
세비야 시가지와 강 건너편을 연결하는 여러 다리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퀸 이자벨 2세 다리로 이름 붙여진 다리는 이름만큼 1852년 완공된 역사가 깊은 다리로 철제 구조가 눈에 띄는 다리입니다. 그 다리를 건너면 이어지는 트리아나 마켓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전통시장이면서 푸드코트 같이 여러 식당들이 늘어서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입니다.
시내의 식당에서 보기 힘든 큰 팬에 요리된 빠에야도 볼 수 있습니다.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 끼여 와인과 빠에야를 맛보았습니다. 시내에서 먹었던 빠에야 보다 더 많은 시푸드가 들어가 있으면서 가격은 저렴하여 만족한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식당 한 곳을 더 소개하자면 스페인 광장에서 시간을 보낸 후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한참을 걷다가 북적이는 곳을 벗어나 찾은 곳입니다. 마침 야외테이블에서 식사 중이던 스페인 할머니가 직원을 대신해 통역까지 해주며 적극 권장한 식당입니다.
그곳은 점심 특선으로 1인당 2가지(10가지 중 선택) 메뉴에 빵과 와인, 디저트까지 포함하여 12유로에 먹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샐러드와 파에야, 칼라마리와 바칼라우 튀김까지 총 4가지를 주문해서 야무지게 먹었습니다. 특히 칼라마리와 바칼라우는 매우 신선했고 잘 튀겨져 우리 입맛에 딱 맞았고 푸짐한 샐러드는 약간 짠 닭고기 파에야의 맛을 중화시켜 주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옆테이블의 스페인 할머니와의 대화도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서툰 영어로 들려주며 우리를 붙잡아두는 듯하더니 두 번째 주문한 와인을 다 마시지도 않고 시에스타를 즐기러 간다며 쿨하게 사라졌습니다.
묵직한 레드와인 한잔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디저트까지 먹고 나니 세상이 따듯해 보였습니다. 다시 그곳을 찾을 것이 분명합니다. 여행은 이렇게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익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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