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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혼자서 하는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친구사이라도 취향이 다르다면 여행을 하는 동안 모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힘들 것이고, 무엇보다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맞추는 일이 힘들다보니 ‘나홀로 여행’을 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겁이 많고 독립심이 부족한 나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을 더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말할 사람이 없다면 너무 외로울 것 같습니다. 혼자 여행을 가게 되더라도 그 도시에 만날 사람이 있거나 뒤따라올 누군가가 있어서 하루 이틀 정도 혼자 지내는 것은 가능할 것 같은데 오롯이 혼자는 힘들 것 같습니다.
여행사에 의지하지 않고 자유여행을 떠날 거라면 여행친구는 정말 중요합니다. 세비야에서도 한국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여행사 프로그램으로 온 단체관광객을 제외하면 신혼여행처럼 보이는 젊은 커플과 가족여행자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오던 날 아침, 숙소 앞 식당에서 중년의 한국인 아줌마들을 보았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한 여행인지 어디로 갈 건지 모르겠지만 하필 비가 많이 오는 날에 세비야로 온 것 같아 맘이 쓰였고 이들의 여행이 즐겁게 마무리되기를 기원하며 여행친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은 취향이 비슷한 사람과 함께 가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매일같이 강행군을 하더라도 그 도시의 알려진 관광지는 모두 찍으며 도장깨기를 해야 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유명장소보다 그곳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곳을 더 좋아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철저하게 시간계획을 짜서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는가 하면, 어떤 이는 가다 힘들면 쉬고 못가면 담에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전자의 입장에선 무척이나 게을러 보이는 여행자도 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여행경비만 함께 부담하고 입만 가지고 오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의 취향을 강하게 주장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따라서 복잡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서 오랜만에 시간을 맞춘 친구들끼리 편안하게 즐기려면 패키지관광이 안전할 수 있습니다. 준비해야 되는 누군가가 힘들지 않고 실컷 준비해도 불만이 따라올 수밖에 없어 여행 후 친구관계가 위태로워지는 부작용이 따라올 수 있으니 여행가이드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단체 관광을 선택하는 편이 좋을 것도 같습니다.
여행에서 만난 친구와 친구가 되는 것은 그 친구들도 여행을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리스본에서 다시 만났던 친구부부도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관계입니다. 8일간의 카파도키아 여행에서 이삼일 정도 지나면서 서로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가까워져 몇 차례 저녁시간을 함께 보냈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연락처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리스본여행도 그들이 우리의 계획을 듣고 합류한 것이긴 하지만 내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서로가 부담스러운 일이라 취향대로 각자의 여행을 즐겼고 함께 가고 싶은 곳은 여유로운 일정으로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시간을 쪼개어 다니는 여행자가 아니고 와인이나 맥주를 즐기는 취향도 비슷해서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다만 그들이 꼭 가야겠다던 아쿠아리움 같은 곳에 관심이 없었던 우리는 늘 하던 대로 우리 식으로 새로운 곳을 찾아 돌아다녔습니다.
같은 골목길에 있는 숙소였지만 따로 놀 때는 서로 무심했고 함께 어울릴 때는 밤늦게까지 즐겼습니다. 편안하게 만나고 헤어질 수 있는 관계이기에 계속 연락하며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독일로 돌아간 후 우리는 세비야로 왔고 우리의 여행이 궁금한 친구가 이따금씩 메시지를 보내옵니다. 우리도 자랑삼아 사진으로 소식을 전하고 독일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힘들게 이어가는 사이는 부담스럽습니다. 퇴직과 함께 스마트폰의 전화번호부를 정리했다고 하던 어느 선배의 이야기를 들었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것이 사람 간의 관계인 듯합니다.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관계는 그것이 사라지면 애쓰지 않아도 단절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친구는 소중한 인연입니다. 문득 안부가 궁금해지면 언제라도 전화할 수 있고 오래 못 보더라도 늘 곁에 있던 사람처럼 편안히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사이일 때, 우리는 서로를 ‘친구’라고 부릅니다. 오래 못 본 친구들이 그리워지는 세비야에서의 늦은 밤에 언젠가 그들과 함께 여행할 날을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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