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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티셔츠 날씨를 즐겼던 세비야에서 11월 중순의 독일로 오니 어느새 겨울의 초입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는 영상 7도 전후의 날씨로 따듯한 외투를 입어야 했는데 동서쪽으로 좀 더 깊이 들어오니 어느새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따듯한 털모자와 장갑까지 필요합니다.
갑작스레 겨울로 빠진 우리의 여행이 혼란스럽긴 했지만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돌아보는 것이 이번 여행의 원래 목적이었기에 11월 하순부터 본격적으로 열리는 크리스마크 마켓 전에 여유있는 시간동안 호캉스를 즐기기로 했습니다.
바바리안 포레스트(Barvarian Forest)는 독일 바이에른 주에 있는 속한 저지대의 숲 지역으로 체코와 국경을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만하임에서 4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한 호텔은 체코 국경과 2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있는 작은 시골마을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이곳으로 오면서 발견한 이상한 또는 우리와 다른 점은 계절은 이미 겨울인데 집 앞 정원에 장미꽃이 피어있고 바람 부는 들판에 유채꽃과 풀들이 자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곳의 풀들이 우리나라와 품종이 다른 것인지 이곳의 날씨에 적응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의 겨울 초입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 어리둥절해 집니다.
시골길을 한참 달려 도착한 호텔 주변도 푸른 들판입니다. 들판의 풀들은 잔디처럼 보이기도 하고 채소들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넓게 펼쳐진 풀밭을 뛰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고 날씨도 쌀쌀해 얼른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호텔 주변을 산책하면서 또다른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커다란 트레일러 같이 생긴 농기계가 풀밭 위로 나가더니 갑자기 양 날개를 펼치며 시커먼 액체들을 뿜어냈습니다. 물을 뿌리거나 약을 치는 기계는 여러 곳에서 봤지만 도대체 저 기계와 액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널리 퍼지는 냄새 덕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바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소와 다른 가축의 배설물을 모아 농작물에 비료처럼 뿌리는 거라고 친구가 잘 알려주네요...에흑....어제 풀밭을 뛰어 다녔다면 호텔로 들어갈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손님이 없는 초겨울 애매한 시기에 이 호텔의 호캉스 프로그램은 7박 8일간 1인당 230유로인데 삼시세끼를 가벼운 호텔식으로 제공해주고 오후에는 커피 또는 차와 함께 케이크를 즐기는 간식타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워낙 저렴한 가격인지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고 다만 가벼운 식사(light meals)의 의미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날 저녁 식사에서 그 뜻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첫날 저녁식사는 매시 포테이토와 함께 삶은 돼지고기와 훈제 돼지고기를 주식으로 샐러드가 곁들여진 뷔페식이었습니다. 돼지고기가 주식인 만큼 내용상 가볍진 않았지만 외관상 무척 간단해 보이는 식사였습니다. 밥이 있어서 커리 비스무리한 소스와 함께 먹을 수 있었고 양상추를 포함한 몇 가지 채소 덕분에 무난한 저녁식사였습니다.
무엇보다 맥주와 와인을 포함한 모든 음료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는 점이 맘에 들었습니다. 물론 탭으로 제공되는 레드와인이 너무 차가웠고 화이트와인은 마시고 싶지 않은 맛이었지만 그날 이후 맥주와 레드와인은 저녁식사 때마다 우리의 가벼운 식사를 보충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자세히 식사에 대해 말하자면 아침식사는 다양한 시리얼과 요거트, 몇 가지의 빵, 햄과 치즈를 비롯하여 커피와 차가 갖추어져 가장 적절한 식사였고 점심은 수프와 빵이 제공되었는데 다음날 한번 먹어본 후 다시는 가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 저녁에도 몇 번 나온 수프도 마찬가지로 너무 짜서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
호캉스라곤 했지만 이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호텔 주변 동네를 산책하거나 좀 더 멀리 가벼운 트래킹을 다녀오는 정도가 액티비티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 주변에 스키장이 있어 스키를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눈과 관련해서 실제로 얼마나 눈이 많이 오는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있었는데 도로의 양옆으로 눈이 쌓인 정도를 알 수 있도록 표시하는 2미터 높이의 막대기들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막대기에 색깔을 표시해서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막대기들의 또 다른 역할은 눈 내린 들판에서 자동차들이 엉뚱한 곳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용도라고 합니다. 길을 따라 양옆에 설치된 막대기들 사이를 따라가면 수렁에 빠지는 일은 없습니다. 이 지역에 눈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호텔 내부에는 사우나와 수영장이 있습니다. 독일의 사우나는 잘 알려진 것처럼 남녀 공용으로 옷을 모두 벗고 들어갑니다. 자연스런 이곳의 문화이며 사우나에서는 절대 이상한 시선을 보내거나 서로를 터치하지 않는 것이 매너입니다. 그래서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 독일 친구들의 주장입니다.
그런 이유로 사우나를 이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호텔에서는 옷을 입든 벗든 선택사항이라고는 했지만 어설프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생길까봐 아예 못가고 있습니다. 며칠 지나면 갈수도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글쎄... 수영장도 5미터 남짓한 작은 풀이 전부여서 물 온도만 체크하고 돌아왔습니다.
도착한 날부터 짙게 내린 안개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마을을 찍은 사진이 신비롭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쩌다 잠시는 모르겠지만 겨우내 이곳에 있다면 우울함에 빠질 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여기서 일주일동안 산책과 트레킹을 즐기며 시간을 보낼 것 같습니다. 더구나 내일은 눈 소식까지 있어서 미리 사온 와인과 함께 일찍 만난 겨울을 창밖으로 바라보며 게으른 하루를 보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일의 시골마을에서 멍 때리며 힐링하는 호캉스를 즐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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