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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와의 친구집에서 편안하게 생활했던 우리는 다시 야생으로 나섰습니다. 라이트닝 리지에서 개최하는 오팔쇼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요와 오팔마켓에서 이미 괜찮은 오팔을 상당량 구입했고 아웃백을 좀 더 즐기자는 생각으로 계획을 바꾸어 퀼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넓게 펼쳐진 오팔광산들이 보였고 에버리니지들이 살았던 흔적인 워터홀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친구는 워터홀 근처에서 진정한 야생 차박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아직은 너무 벅찬 일이라 퀼피로 가자고 우겼습니다. 나의 사소한 고집 때문에 내내 후회할 일이 생기게 될 줄은 미처 모른 채...

     

    마침내 아웃백_퀼피 가는길
    마침내 아웃백_퀼피 가는길

     

    생생한 아웃백의 밤을 보여주려 한 친구의 계획에 딴지를 걸면서 약간은 불편한 마음으로 퀼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 반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거라던 친구의 말과는 다르게 가도 가도 끝없는 들판과 비포장도로가 연속되었습니다. 도중에 만난 차라고는 30여분 가까이 황야 전체에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우리를 괴롭힌 엄청나게 큰 트럭 한 대가 전부다였습니다. 앞을 가리는 먼지터널을 뚫고 마침내 문제의 트럭을 지나오면서 안도했지만 그때부터 우리는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즌 아웃백에서는 54~50분경 일몰이 시작되는데 4시쯤 출발해서 어느새 두 시간을 달리고 있었지만 마을은커녕 오가는 차 한 대도 없는 숲길은 점차 어두어지고 있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지금이라도 차를 세우자고 얘기했지만 너무 막막한 곳이라 그것도 쉽지 않아 그냥 달려야했습니다.

     

    비포장이지만 도로가 험악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야간에 아웃백 운전이 위험한 것은 야생의 동물들 때문입니다. 수시로 뛰어드는 캥거루, 왈라비를 비롯하여 작은 토끼며 각종 이름 모를 동물들이 밤을 즐기러 나옵니다. 때문에 아웃백의 도로위에 수많은 로드킬의 흔적들이 남아있습니다.

     

    무서울 정도로 많은 캥거루의 사체들이 도로에 뒹굴고 있는데 가끔 정리하는 트럭이 나오긴 하지만 그 넓은 영역을 모두 관할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캥거루의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주변 농업지역의 관리가 어려워지고 소떼들과 생존경쟁을 벌여야하는 등의 문제 때문에 정부에서도 로드킬 문제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 친구의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통신이 원활하지 못한 아웃백에서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습니다. 텔스타 통신을 이용하는 우리의 스마트폰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인터넷이 끊기니 구글맵도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예뻐 보이던 캥거루들이 밤이 되자 마구 뛰어다니지 시작했고 그것들을 피하느라 몇 번 놀라 소리를 질러야 했습니다. 도중에 길을 잘못 든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어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세 시간 여를 달린 끝에 마침내 길 저쪽으로 다른 차의 불빛이 보였고 퀼피로 가는 주도로의 안내판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퀼피 4킬로미터라고 표시된 안내판을 보는 순간, 이제 살았구나 싶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멀리 마을의 불빛을 확인하고서야 겨우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일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마을을 바로 코앞에 둔 지점에서 우리 차에 뛰어든 캥거루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왕복 2차선의 좁은 길이었고 어두운 도로 밖에서 순식간에 뛰어든 그놈과의 악연은 해결할 길이 없었습니다. 어두운 숲길에서도 무사히 지내왔는데 마을의 불빛이 보이는 길에서 결국 걱정하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캠핑장에 이르러 차를 확인하니 앞쪽 범퍼 부분이 찌그러져 에어컨 가스가 새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라이트 부분은 무사했지만 차를 수리해야 된다면 이 작은 마을에서 가능할지, 부품 수급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니 어쩌면 퀼피에 계획보다 오래 머물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간단히 저녁을 해결한 후에도 사고와 그로인해 서로를 원망하는 불편한 심경으로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그러나 여행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여 아웃백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찬란한 별밤을 그날밤에 드디어 영접했습니다. 요와에서 보름달 덕분에 제대로 보지 못한 은하수 가득한 아웃백의 별밤을 눈앞에서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별 보러 아웃백에 간다고 노래했던 꿈이 이루어지는 감격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좀전에 있었던 불행한 사건은 까맣게 잊은 채, 쏟아 부은 듯 가득한 별들을 눈물 나도록 바라보았습니다. 이런 순간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가 봅니다.

     

    마침내 아웃백_퀼피 가는길

     

    카메라에도 열심히 담았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밤하늘의 별이 사진으로 담기는 것도 신기한데 그 별들을 띠처럼 잇고 있는 밀키웨이가 고스란히 사진에 담겼습니다. 하늘 한번 보고 사진 한번 보기를 반복하며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길을 헤매고 사고가 생기면서 애매하게 서로를 원망했던 감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이렇게 아름다운 밤하늘을 함께 즐길 수 있는데 감사하며 아웃백의 밤이 깊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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