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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흘밤을 퀼피에서 보낸 우리는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는데 뜻을 모았습니다. 캠핑장 시설이 좋다고 해도 차박을 하는 것이 점차 힘들어졌고 따듯한 집이 그리웠습니다. 그러나 퀼피에서 브리즈번까지 하루만에 돌아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닌지라 로마(Roma)에서 하루를 더 보내기로 했습니다.

     

    샤르빌에서 만난 경찰관

    퀼피에서 로마까지 가는 도중에 샤르빌(Charlevill)에서 주유와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샤르빌까지 가는 구간은 내가 운전을 했는데 막상 큰 타운에 들어서니 우리와 반대쪽인 오른쪽 운전에 자신이 없어져 운전자 교체를 위해 갓길에 차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어정쩡하게 정차한 차가 이상해 보였던지 경찰이 다가왔습니다. 이미 차적 조회를 하고 나타난 경찰관은 운전석에 앉은 친구에게 운전면허증 갱신기간이 지나서 운전하면 안 된다는 경고를 주었습니다. 친구도 알고 있었고 면허 갱신을 위해 의사의 건강진단이 필요한데 의사와의 약속이 여행이후라 그냥 떠난 것이었습니다.

     

    샤르빌

     

    작은 마을에서 외지 차량이 이상한 정차를 시도하니 차적 조회를 한 것 같았고 결국 이번에도 나의 실수도 걸린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다행히 전후 사정을 이야기 하니 티켓을 발부하진 않았지만 운전은 절대 하면 안 된다며 다시 한 번 경고를 잊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때부터 운전은 나의 몫이 되었고 샤를빌에서 로마까지 가는 3시간동안 쉬지 않고 운전을 해야 했습니다. 주유 후 샤르빌을 벗어날 때 경찰차 한 대가 지나가며 우리를 보았는데 분명히 아까 본 그 경찰관이었고 운전자를 확인하는 듯 했습니다. 다행히 내가 운전하고 있었던지라 무사히 그 마을을 떠나올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우여곡절입니다.

     

     

    로마 캠핑장

     

    로마로 가는 길에는 중간 중간 작은 마을들이 계속 이어져 이전의 아웃백 지역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요와에서 나와 다음 마을까지 족히 2시간 이상 운전해야 닿을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 지역은 목화나 밀 같은 농업이 성한 곳으로 여느 시골마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로마에 다다르니 우리의 폰도 살아나 인터넷이 연결되었고 드디어 문명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로마의 캠핑장은 주상업지구에서 3킬로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우리가 도착한 저녁이 금요일이라 그런지 꽤나 붐볐습니다. 차를 주차하고 나니 5시가 넘었고 6시까지만 운영한다는 바로 가서 아름다운 선셋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VB 한병씩을 비웠습니다.

     

    이곳은 호주 내셔널 챔피언쉽이 열리는 사격장으로 학교 소풍으로 학생들이 단체로 오기도 하는 곳입니다. 전기시설이 필요없는 우리는 차 한 대당 1박에 15달러를 지불했습니다. 퀼피보다 저렴했지만 키친이나 스파가 없는 곳이라 우리 같이 덜 갖추어진 차박족이 오래 머물 수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지나는 길에 하루정도 묵는 것이라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샤워장에서도 세면대에서도 더 이상 유황냄새가 나지 않는 일반 수돗물이 나왔습니다. 아웃백에 있는 동안 자연스럽게 온천수로 호강을 해온지라 냄새 없는 물이 반갑기도 했지만 막상 바뀌니 피부를 생각하면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참 간사한 인간사입니다.

     

     

    이곳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화장실 입구에 붙여진 안내문 아니 경고장이었습니다. “불을 켜두면 벌레가 꼬이고 벌레를 좋아하는 개구리가 들어옵니다. 그러면 개구리를 좋아하는 뱀이 꼬입니다.”라는 식으로 사진과 함께 걸린 안내문에 기겁해서 하룻밤이었지만 화장실 이용하기가 겁날 지경이었습니다. 화장실이나 샤워장 사용 후 불 끄고 문 닫으라는 안내를 이렇게 강력한 메시지로 전달하다니 그곳 사람들조차 무서워 보였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겨울이라 벌레들도 거의 없고 개구리도 뱀도 겨울잠을 자러 들어갔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도 꺼림칙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캠핑장에서 받은 1+1 쿠폰을 들고 로마 베이커리로 커피를 마시고 시내 구경을 한 후 브리즈번으로 출발했습니다. 로마는 물병나무(Bottle tree)로 유명한 곳입니다. 곳곳에 물병나무를 가로수로 심어놓아 독특한 정취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웃백여행 마무리

     

    로마에서부터 투움바까지 4시간 정도 걸렸고 투움바의 유명한 전망대인 피크닉 포인트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브리즈번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는 길에 코스*코에 들렀는데 토요일 저녁이라 장보러 나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지, 그들 속에서 필요한 것들만 신속하게 카트에 담으며 며칠 사이 야생과 문명을 오간 우리의 여행이 어느새 오래전 일이었던 듯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빠르게 문명을 흡수하며 도시로 돌아온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며칠 전과 비교하니 조금은 낯설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아웃백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호주 정부 관광청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아웃백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여행이지만 우리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진 2주간의 여행이었습니다. 이번 여행만으로도 25백 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달렸습니다. 브리즈번에서 시작한 로드트립이고, 제대로 된 장비(캠핑카 같은)가 갖추어지지 않은 여행인지라 퀸즐랜드주를 벗어나 더 넓은 아웃백으로 다가가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내내 어떤 캠핑카를 장만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다음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비록 일부일 뿐이지만 상상하기 힘든 규모의 웅장한 아웃백을 만날 수 있었고, 친구의 오팔 비즈니스와 나의 소박한 아웃백 여행의 꿈을 모두 충족시킨 멋진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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