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프랑크푸르트에서 저녁 비행기를 타고 리스본에 도착했습니다. 늦은 밤 리스본 공항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었고 간혹 그 속에서 들려오는 한국말이 반가웠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그런들 우리를 멈출 수 없습니다. 낯선 곳으로 떠나올 때부터 설레던 가슴은 벌써부터 이곳을 살아보자고 요동치고 있었으니까.
리스본 공항에서 택시타기
공항에서 바로 택시를 탔습니다. 이미 밤늦은 시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5분은 걸어야한다는 집주인의 안내를 받았던지라 긴 비행기 여행과 시차로 인한 피로감으로 쉬운 선택을 했습니다. 경찰까지 동원된 택시 정리시스템으로 긴 줄이 빠르게 줄어들며 우리도 드디어 택시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우리를 태운 택시 기사는 영화 ‘분노의 질주’에서 좁은 골목길을 곡예 운전하는 ‘운전자1’로 출연해도 좋을 만큼의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였습니다. 도로에서 빠르게 끼어들기, 급정거는 쉬운 일처럼 보였고 차한대가 겨우 지나다닐 리스본의 좁은 골목길을 자유자재로 돌아 우리를 숙소 앞에 내려주고는 홀연히 떠나버렸습니다. 내리자마자 화장실로 뛰어가 멀미를 해소했던 것은 허약한 내 체력의 문제일 뿐.
구글맵으로 확인한 우리 숙소까지의 거리는 10킬로 미만이었고 트렁크에 실었던 가방은 캐리어 두 개와 백팩 한 개씩으로 총 4개였습니다. 기본요금은 야간시간에 좀 더 비싸고 짐을 싣게 되면 개당 추가 요금이 발생합니다. 택시의 경우 바가지요금 우려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버나 볼트 같은 공유차량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럴 겨를도 없이 바로 공항 앞의 긴 줄에 합류하여 택시를 이용했습니다. 다음날 숙소 근처를 돌아보니 무거운 짐을 끌고 걸었다면 캐리어의 바퀴가 성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의 리스본 길거리는 작은 조각의 돌들로 채워져 있고 물결무늬 같은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이런 독특한 거리분위기 덕분에 포르투갈이 더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환경 때문에 오래 걸어야하는 여행자의 특성상 운동화를 신는 것이 가장 안전해 보입니다. 언덕길을 오르내려야하는 리스본에서는 더더욱.
그리고 한가지 더!
한국에서 직항을 타고 리스본으로 온다면 당연히 해외 입국 절차를 거치며 포르투갈에 들어오겠지만, 프랑크푸르트나 다른 EU국가를 경유하여 들어오는 경우는 별다른 입국절차가 없습니다. EU연합의 기준에 따른 입국절차를 이미 거쳤기때문에 우리나라 국내선 비행기처럼 내려서 짐을 찾고 바로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모닝커피는 로컬과 함께
숙소를 정할 때 위치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우리가 빌린 숙박시설은 아파트먼트라고 표기된 곳입니다. 3주 정도의 장기 투숙을 위해 주방과 욕실이 갖춰진 곳을 찾았고 방안에 욕실이 딸려있고 거실 겸 주방이 갖춰져 있어 간단한 식사도 가능한 곳입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잠시 머물 곳이고 위치가 좋아 모두 이해하기로 합니다.
시차가 여전해서 일찍 일어나 전날 남은 프레첼을 나눠먹고 주변 탐색에 나섰습니다. 집에서 나와 골목을 돌자 작은 가게가 보였고 로컬인양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들어갔습니다. 빵과 커피, 차가 가능한, 작은 구멍가게 같은 느낌의 이곳은 영어는 못하지만 친절한 아주머니가 편안하게 해 주는 곳입니다.
우리는 커피와 에그타르트 한 개씩을 주문했습니다. 대표적인 에그타르트 전문점을 찾아갈 예정이지만 포르투갈에 왔으니 맨먼저 에그타르트를 선택했습니다. 진한 에스프레소와 달달한 에그타르트의 조합이 아침 기운을 북돋워 주었습니다.
수돗물을 마실 수 있다고는 되어있지만 5리터 생수 한 병, 레드와인 한 병을 고르고 작은 주먹 만한 치즈도 골랐습니다. 우리가 마신 커피와 에그타르트까지 합쳐 10유로 정도. 대박입니다! 저렴한 물가덕분에 포르투갈은 여전히 여행하기 좋은 곳인 듯합니다.
물론 로컬들이 이용하는 곳이니 더 저렴할 거라 생각되지만 에스프레소는 웬만한 곳에서 1유로이고 인스타에서 인기를 끌 듯 보이는 팬시한 느낌의 카페는 2유로 정도로 물가가 올라갑니다. 커피를 주문하면 기본적으로 에스프레소가 나오고 아메리카노를 원하면 별도로 주문하면 됩니다. 에스프레소는 1유로 정도, 아메리카노는 1유로 50센트 정도입니다. 이곳에서 진한 에스프레소에 맛을 알게되고 말았습니다.
시월의 리스본 길거리 풍경
10월 첫 주 리스본의 낮 기온은 20~23도 정도로 활동하기에 딱 좋습니다. 한낮에 한참을 걷다보니 땀이 날 정도입니다. 주변 탐색에 나선 첫날, 비가 조금씩 뿌리긴 했지만 쨍한 햇살도 나왔기 때문에 햇빛 알러지가 있는 나에게 모자와 선글라스는 필수입니다. 안타깝게도 주중에 계속 비 예보가 있지만 비오는 리스본을 맘껏 즐겨보겠습니다. 오랜 시간 한곳에 머무는 여행자의 여유라고 하겠습니다.
아침의 골목길은 조용했고 낯선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풍경들은 자연스레 스마트폰 카메라를 열게 만들었습니다. 슬슬 걷다보니 포르투갈 국회의사당이 보였습니다. 숙소에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걷다보니 많은 나라들의 대사관들도 눈에 띕니다. 리스본이 포르투갈의 수도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포르투갈은 아줄레주라고 불리는 타일이 유명한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건축 자재의 한 부분으로 취급되는 타일들이 이곳에서는 건물 외벽 장식을 비롯하여 예술적인 분야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평범한 길거리의 건물들도 문양을 맞춘 타일로 장식되어 있고 오래된 역사가 보입니다. 길을 걸으며 이런 타일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래서 리스본에 국립타일박물관이 있다고 합니다. 기회가 되면 박물관을 찾아가 다양한 타일들을 구경하고 이 나라의 전통문화를 알아보고 싶네요. 비오는 날에 갈만한 여행지가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만나게 될 아줄레주들이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점심도 역시 로컬과 함께
점심을 먹은 식당도 여행자들이 몰리는 거리를 피해 로컬들, 주로 블루칼라인 노동자들이 가는 곳을 찾았습니다. 먼저 따듯한 수프로 속을 달래고 말린 대구요리인 바칼라우와 밥과 감자튀김이 함께 서빙되는 돼지고기 요리를 주문했습니다. 여행자의 점심식사에 반주도 빠질 수 없지요. 화이트와인 한병도 같이 주문했습니다.
포르투갈에서는 식사 전에 빵과 함께 잼이나 치즈 같은 것들이 먼저 나옵니다. 이것들은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니 원하지 않으면 그대로 두면 됩니다. 서빙하시는 분이 확인하고 다시 갖고 갑니다. 디저트로 푸딩 한 조각까지 야무지게 챙겨먹고 30유로가 채 안됩니다. 거스름돈으로 나온 2유로를 팁으로 남겨두고 배를 두드리며 나왔습니다. 커피까지 마시기엔 너무 배가 불러 오후 커피는 다른 곳에서 마시기로 하고 일어섰습니다.
이 식당 주변에 비슷한 메뉴의 식당들이 서너 개 더 보였는데 좀 더 탐색한 후 단골식당을 정할 것 같습니다. 맛있고 푸짐한 식사 덕분에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고 여전히 시차에 지친 우리는 비록 스페인은 아니지만 시에스타(낮잠)를 즐기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리스본의 밤거리
낮에 가벼운 장보기를 마친 우리는 숙소에서 저녁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상추, 토마토, 양파와 올리브를 넣은 샐러드와 치즈를 곁들인 바게트를 먹으며 아침에 사다둔 레드와인을 즐겼습니다. 그렇게 가볍지만 풍족한 저녁식사를 한 후 놓칠 수 없는 밤거리 산책에 나섰습니다.
포르투갈은 대항해시대를 이끈 민족답게 술 문화가 발달된 곳인 듯 합니다. 물론 관광객이 몰린 곳이라 더 복잡해 보였지만 좁은 골목길마다 실내는 물론 야외 테이블까지 만석입니다. 와인과 맥주가 주종을 이루고 침샘을 자극하는 맛난 음식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돌아본 숙소 주변의 밤풍경은 대구에서 홍대를 만날 수 있다는 교동과 같은 분위기입니다. 밤거리를 산책하며 넘쳐나는 젊은이들의 활기에 충만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미 저녁을 먹었던 우리는 유혹에 빠지지 않고 분위기만 느낀 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직도 많은 날이 남았으므로.
그렇게 하루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완벽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밤문화의 부작용이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왔습니다. 숙소가 1층인 탓에 골목을 지나며 사람들이 나누는 소리들이 여과없이 들어옵니다. 그러나 보통은 조용히 나누는 대화인지라 안쪽에 위치한 침실에는 큰 영향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신나게 밤샘 음주문화를 즐긴 젊은이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골목길을 뛰어다닙니다. 놀이를 하는 것처럼 끼리끼리 떠들며 소리를 질러대는 바람에 결국 잠을 깼고 새벽 4시가 가까워오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잘까 생각했지만 한번 나간 잠은 돌아오지 않았고 이렇게 어제의 여행을 정리했습니다. 행복한 젊은 청춘들 덕분입니다.
'나의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르투갈 여행] 여행지에서 그림엽서 보내기 (0) | 2024.10.10 |
---|---|
[포르투갈 여행] 걸어서 리스본(1) (12) | 2024.10.09 |
[마침내 아웃백] 마지막 밤을 로마에서, 그리고 마무리 (0) | 2024.08.01 |
[마침내 아웃백] 퀼피(Quilpie)돌아보기, Fossicking (0) | 2024.08.01 |
[마침내 아웃백] 아웃백 퀼피(Quilpie)로 험난한 여행 그리고 별밤 (0) | 2024.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