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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은 7개의 언덕으로 이어진 도시입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경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쭉 늘어선 7개의 언덕 위로 들쭉날쭉 튀어나온 다채로운 건물이 여기저기 흩어져 리스본이라는 도시를 이룬다.” 포르투갈이 사랑하는 세계적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António Nogueira Pessoa)가 1925년에 쓴 리스본 여행서에서 남긴 말입니다.
Miradouro de Santa Catarina 전망대
유럽의 다른 도시들처럼 내세울만한 랜드마크는 없지만 페르난두 페소아의 말처럼 언덕길을 천천히 걸어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발 아래로 보이는 아름다운 도시의 풍경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곳이 바로 리스본입니다.
우리도 숙소를 중심으로 걸어서 리스본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좁은 골목길에는 온갖 자동차와 트램, 여행자들을 태운 툭툭이까지 줄지어 나타나지만 한사람이 걸을 만한 인도가 갖추어져 있어 어려움 없이 도시의 교행이 이루어집니다.
시차 때문인지 일찍 잠을 깬 우리는 어제의 작은 가게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고 동네 산책에 나섰습니다. 언덕길을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나타난 전망대가 우리의 발길을 잡았습니다. 숙소에서 5분도 채 안 되는 곳에 멋진 전망대가 있었습니다. 걸어서 돌아보지 않았다면 발견하기 힘든 장소입니다.
이른 아침의 전망대는 우리처럼 잠 못 이루는 몇몇 여행자들이 도시의 멋진 풍경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전망대를 중심으로 카페들이 있었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눈과 카메라에 리스본을 가득 담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강 건너로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가톨릭 구세주상(Santuário de Cristo Rei)이 보이고 그 아래로 리스본과 알마다를 연결하는 4월 25일 다리(Ponte 25 de Abril)가 곧게 뻗어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닮은 이 다리는 1974년 4월 25일에 일어난 포르투갈의 무혈 쿠데타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살라자르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리스본의 봄을 이룬 카네이션 혁명을 기념한 것으로, 이후 포르투갈은 마카오를 제외한 모든 해외 식민지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게 되었고 군부의 과도 정부를 거쳐 투표에 의한 민간 정부로 정권이 이양되었다고 합니다.
파스텔톤의 붉은 지붕들이 넓게 펼쳐진 리스본의 아침을 즐기며 유럽 어느 도시에 와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타임아웃마켓 Timeout Market
언덕길을 내려가다 보니 타임아웃마켓이 보였습니다. 2014년에 전통시장 개발 프로젝트로 문을 연 이곳은 40개 이상의 레스토랑과 카페로 이루어진 푸트코트입니다. 중앙에 넓은 테이블과 좌석이 있어서 구입한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처음 그곳에 갔던 일요일 오후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아무리 줄이 길어도 리스본에서 에그타르트는 먹어야겠기에 비록 벨렘의 원조집은 아니지만 우리도 그곳에서 줄을 서서 에스프레소와 함께 나타라고 불리는 포르투갈의 에그타르트를 먹었습니다. 한입 깨물자마자 타르트의 바삭한 소리가 귀를 자극했고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에그필링은 혀에 닿자마자 녹아 없어져버렸습니다.
숙소 근처의 작은 가게가 친절하고 저렴하긴 하지만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진정으로 리스본의 에그타르트가 왜 유명한지 깨닫게 해주는 맛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침 산책에서도 다시 그곳에서 ‘나타와 에스프레소’를 먹으며 한 번 더 감동의 끄덕임을 나누었습니다. 달콤한 디저트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내가 이곳의 나타에 홀딱 반하고 말았습니다.
한쪽 옆에는 원래의 전통시장이 있었지만 그곳보다는 푸드코트로 이미 유명해진 타임아웃마켓에 들러보시면 다양한 식당에서 원하는 메뉴를 골라 함께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 Elevador de Santa Justa
그렇게 당충전을 마친 우리는 구글맵을 켜지 않은 채 발길 닿는 대로 걸었습니다. 골목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건물들을 즐기는 재미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타일을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 리스본을 다녀온 친구가 오래된 타일을 선물로 준 적이 있었습니다. 이게 뭐라고 선물로 주는 건가 싶어 당황했던 그때의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곳에서 파는 타일은 그저 기념품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시간의 흐름을 안고 있는 역사의 흔적이었습니다.
타일이 제작된 시기에 따라 20유로의 저렴한 것들부터 몇 백, 몇 천 유로가 넘는 타일들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어느 공사장에서 주워온 줄 알았던 타일들이 이렇게 정식으로 판매되는 리스본의 진정한 기념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무지한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타일을 구경한 후 우리가 이른 곳은 다시 전망을 즐길 수 있는 넓은 곳이었습니다. 포르투갈 대지진때 무너진 교회를 박물관으로 개조하여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는데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박물관을 중심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그 유명한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1902년에 세워진 철골 구조물인 이 엘리베이터는 저지대인 바이샤 지구에서 고지대인 바이후 알투 지구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자 관광 엘리베이터라고 합니다. 탑승 비용은 6유로입니다. 길게 늘어선 줄에서 기다려 100년이 넘은된 엘리베이터를 타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겠지만 우리처럼 걸어 올라오면 고지대의 전망을 무료로 즐길 수도 있습니다.
어느 곳이나 수없이 많은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곳이 리스본입니다. 로컬로 살기엔 약간의 불편함이 있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관광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 입장에서 삶의 방편이 되어주는 일이라 양날의 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욱 예의를 지키며 여행을 해야겠습니다.
호시우 광장 Praça Dom Pedro IVL
리스본 여행의 출발지라고 하는 호시우 광장에 이르렀습니다. 페드루 4세 광장이라는 공식이름 대신 대중을 뜻하는 호시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곳은 바닥의 물결무늬 타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도심에서 해변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물결 무늬가 시원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광장 중앙에 페드루 4세의 동상이 당당히 자리하고 있지만 복잡한 정치적인 상황과 엮어 국민들에게 외면당하는 인물인지라 호시우광장이라는 이름을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이곳은 모든 교통수단이 모이는 곳으로 이곳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리스본 여행을 편리하게 해줄 리스보아 카드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리스보아 카드는 24시간, 48시간, 72시간동안 사용가능한 관광객용 카드로 각종 교통수단과 관광지의 입장료를 포함하고 있는 카드입니다. 우리는 오랜 기간 이곳에 머물며 주로 걸어서 다닐 계획이라 카드는 구입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걸어서 리스본 여행은 계속 되고 있지만 매일 2만보 가까이의 도보 여행으로 녹초가 되다보니 글을 남기기 쉽지 않네요. 모아서 조금씩 나의 여행이야기를 기록해 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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