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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이 유명하다는 상 조르주 성은 호시우 광장에서 올려다보면 저 멀리 높은 곳에 보이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입니다. 결국 이곳에 가려면 높은 언덕길을 올라가야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28번 트램을 타거나 툭툭이를 이용해서 언덕길을 오릅니다.
언덕으로 이루어진 리스본에서 트램은 중요한 교통수단일 뿐만 아니라 여행자입장에선 이곳만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하는 일이기도 한데 여행경비를 관리하는 짠돌이 친구와 함께 여행 하는 동안 과연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하긴 굳이 타봐야 아는 건 아니니까 아쉬움은 없습니다.
걸어서 알파마
그래서 우리는 걸어서 올라갔습니다. 그동안 호시우 광장을 두어 번 갔었고 다음엔 저 언덕위의 성을 오르자고 얘기했던 우리는 밤새 내리던 비가 그친 화요일 아침, 드디어 대장정에 나섰습니다. 알파마의 복잡한 골목길은 여차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라고들 하지만 수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이곳에선 사람들이 몰리는 곳으로만 따라가도 길을 잃을 이유가 없었으므로 아무런 걱정 없이 알파마로 향했습니다.
숙소가 있는 곳에서 알파마 지구까지 가려면 복잡한 도심을 지나야 도착하는 호시우 광장을 지나 다시 좁은 골목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야합니다. 이렇게 걷다보면 트램이나 차로 갔다면 보기 힘든 리스본의 여러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로 뒷골목을 따라 걸으며 이곳 사람들의 모습을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리스본의 커피와 카페
좁은 골목길을 걷다보면 작은 수퍼와 카페들이 정말 많습니다. 편의점 같은 작은 수퍼들은 거리 규정 따위는 없는지 한 집 건너에 다른 수퍼가 있기도 합니다. 저 많은 가게들이 과연 제대로 벌이를 하는 건가 걱정될 정도로 좁은 골목길 안에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로컬들이 주로 모이는 작은 카페들도 많습니다.
이런 카페에서는 다양한 디저트류와 빵을 곁들여 커피와 차는 물론 맥주와 와인 같은 주류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관광객보다는 주로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보이는 한두 평 남짓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와 쿠키를 먹으며 이곳의 삶에 들어온 느낌을 가져봅니다. 굳이 자리에 앉지 않고 주인과 마주 서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가는 손님들도 꽤나 많습니다.
이쯤 되니 포르투갈 사람들의 커피 사랑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후추를 얻기 위해 대항해에 나섰던 그들이 이제 커피에 홀릭하고 있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식후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은 당연한 듯 보입니다. 우리가 갔던 동네 식당에서 본 작업복을 입은 아저씨들은 물론이고 모닝커피를 마셨던 카페에서 본 할머니도 바에 서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고 가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습니다.
포르투갈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당연히 에스프레소가 나옵니다. 아메리카노는 여행자들 때문에 만들어진 메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포르투갈에서 카페는 에스프레소입니다. 포르투갈어를 못하는 여행자들에게는 아페리카노를 원하는지 한번 더 물어보기도 합니다. 대부분 카페의 커피들은 맛이 좋습니다. 커피를 사랑하는 우리는 저렴하고 맛있는 커피를 마음껏 즐기고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여전히 흡연자에게 관대합니다. 물론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는 않지만 야외테이블에서의 흡연은 당연한 권리처럼 보입니다. 테이블위에 재떨이는 필수로 놓여있습니다. 야외테이블에 앉으려면 간접흡연은 각오해야합니다. 마리화나에 대한 규정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골목길을 다니다보면 담배와는 다른 심상치 않은 냄새도 자주 만납니다. 우리는 비흡연자입니다.
여행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사실 우리에게 상조르주성이나 리스본 대성당이 그리 큰 의미를 차지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역사적 건물이고 그 도시를 대표하는 건물들이니 한번쯤 둘러보는 정도일 뿐 반드시 가야하는 곳으로 정해두고 찾아다니지는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어울리며 여행지의 삶에 함께 젖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날도 우리는 남들이 줄서서 표를 끊고 들어가는 곳들은 밖에서만 바라보고 돌아섰습니다. 그리곤 산타 루치아 전망대에 앉아서 한 잔의 맥주를 들고 멀리 정박한 크루즈를 보며 우리의 여행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판테온의 둥근 돔을 배경으로 여러장의 사진도 남겼습니다. 리스본 여행책자나 사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 돔은 리스본을 대표하는 건물 중의 하나로 포르투갈의 중요한 인물들이 묻혀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다음 주에 합류할 친구들이 도착하면 리스본에서 일몰이 최고라는 상 조르주 성은 다시 가게 될 것 같지만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지는 여전히 의문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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